전경련 “캐나다 상속세 폐지, 세계적 흐름”
재경부 “소득세 51.7% 등 견제장치 다양”
재경부 “소득세 51.7% 등 견제장치 다양”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가 너무 높아 변칙증여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기업인들의 의욕을 꺾는다는 재계의 주장에 정부가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권혁세 재정경제부 재산소비세제국장은 15일 재계의 주장에 대해 “본말이 전도됐다”며 “창업자 2세라도 적법 절차에 따라 세금을 낸 뒤 시장에서 경영능력을 검증받아 경영권이 승계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국장은 특히 “상속세 폐지가 세계적 흐름”이라는 전경련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재계는 외국의 상속세 폐지 사례로 캐나다가 1972년에 상속세를 폐지한 것을 비롯해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이 77년과 92년, 이탈리아,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스웨덴이 2004~2005년에 상속·증여제를 폐지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정부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들 나라도 상속 재산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상속세’라는 이름의 세금이 없을 뿐, 상속 재산을 일종의 양도차익으로 간주해 이를 피상속인(상속을 하는 사람)의 자본이득에 합산해 과세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부모가 100달러에 취득한 주식을 시장가격 500달러 시점에서 자녀에게 물려준다면, 부모는 자녀에게 500달러에 양도한 것으로 간주해 400달러의 양도차익을 얻은 것과 똑같은 세금을 문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로, 이는 상속세가 폐지된 캐나다의 최고 소득세율 51.7%에 견줘 오히려 낮다. 우리나라는 상속재산 10억원까지는 상속세를 물리지 않으나, 캐나다는 우리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훨씬 높은데도 상속재산에 대한 공제한도는 50만달러(약 5억원)로 우리보다 낮다.
정부는 또 상속세를 폐지한 이들 나라들이 상속세 제도를 갖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소득세율이 매우 높거나, 보유재산에 높은 세율의 부유세를 부과하는 등 다양한 대체 장치를 갖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밖에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많은 나라들이 여전히 상속세를 과세하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전경련 쪽이 이론적 논거로 제시하는 최명근 강남대 석좌교수(조세법학)의 논문인 ‘상속과세 제도의 합리적 개편방안’에도 “일부 나라가 상속과세 제도를 폐지했다 하여 이를 무비판적으로 즉시 수용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제약이 있다”며 자본이득과세와 소득과세 제도의 완비를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상속세 영구폐지 법안이 추진되고 있는 미국에선 빌 게이츠, 조지 소로스 등 대표적 재산가들이 부자의 사회적 책임, 상속세 폐지 시 부와 권력의 집중 등을 이유로 상속세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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