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비메모리 강국 도약해야”
TI코리아 손영석 사장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산업의 강국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이젠 비메모리의 강국으로 도약해야 합니다.”
세계 3위 반도체 업체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의 한국법인 티아이코리아 손경석 사장은 17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아날로그칩 등 비메모리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력은 아직 미미하다”며 “한국이 진정한 아이티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아시아의 비메모리 허브 국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텔이 프로세서로, 삼성이 메모리로 유명하다면 티아이는 휴대전화와 텔레비전 등에 들어가는 아날로그칩 분야의 세계 선두주자입니다. 소리, 압력, 온도 같은 현실 세계의 신호를 디지털 세상의 0과 1로 변환하는 기술은 우리가 최고지요.” 손 사장은 비메모리 반도체는 진입 장벽이 높지만 모든 전자 제품에 필수적이고, 사는 사람도 정해져 있어 안정적인 시장구조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만큼 한국이 더 키워야 하는 분야라는 것이다.
티아이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조630억원을 올렸다. 유럽방식 휴대전화 칩셋과 디스플레이용 반도체 비중이 가장 크다. 하지만 직원은 100여명에 불과하다. 웨이퍼 가공 및 반도체 패키징을 국내 업체에 아웃소싱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회사는 협력기업 육성에 적극적이다.
손 사장은“벤처 육성은 사회공헌이 아니라 사업을 위한 필수 요소”라며 “전국 대학 10곳의 반도체 연구소와 산학협력 관계를 맺어 인력 양성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곳 출신들이 세운 벤처기업들을 협력사로 둬 교육과 경영자문 등 각종 지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티아이코리아는 현재까지 직접 키운 벤처기업만 5~6곳에 이른다. 이 회사는 또 응용기술, 아날로그반도체 디자인, 무선통신기술 등과 관련된 3곳의 연구소를 직접 운영 중이다. 해마다 1천억원 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이처럼 연구개발 투자에 목숨을 거는 데는 사연이 있다. “세계 최초로 집적회로를 개발한 티아이는 한때 컴퓨터에 프린터까지 만드는 문어발식 대기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랑 달리 중앙연산처리장치(CPU) 하나에 집중한 인텔이 80년대 1등으로 치고 올라온 거예요.”
한때 업계 7위까지 추락했던 티아이는 ‘원조’의 자존심을 버렸다. 인텔처럼 디램 반도체 사업 등을 과감히 매각하며 핵심 분야의 기술개발 투자를 늘렸고, 이것이 반전의 계기가 됐다. “티아이코리아가 미국 기업이라고는 생각 안해요. 그 동안 제조업체로서 한국에서 고용을 창출해왔고, 지난해에는 3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했습니다. 특히 납세 기준으로 외국계 기업 상위에 오른 것이 가장 큰 자랑입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한때 업계 7위까지 추락했던 티아이는 ‘원조’의 자존심을 버렸다. 인텔처럼 디램 반도체 사업 등을 과감히 매각하며 핵심 분야의 기술개발 투자를 늘렸고, 이것이 반전의 계기가 됐다. “티아이코리아가 미국 기업이라고는 생각 안해요. 그 동안 제조업체로서 한국에서 고용을 창출해왔고, 지난해에는 3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했습니다. 특히 납세 기준으로 외국계 기업 상위에 오른 것이 가장 큰 자랑입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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