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도 공개 프로그램 누구나 사용
MS와 관계? 장미 물고 탱고 출 것
MS와 관계? 장미 물고 탱고 출 것
썬마이크로 CEO 조나단 슈왈츠
16일 오전 9시(미국 시간)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자바원’ 행사를 열고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의 제너럴세션장. 썬의 신임 최고경영자 조나단 슈왈츠(40)가 연설을 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내자, 전 세계에서 모인 자바 개발자 1만4천여명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썬의 최고경영자가 넥타이를 매고 개발자들 앞에 서는 전례 없는 장면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스콧 맥닐리 전 최고경영자는 1982년 썬을 창립해 24년 가까이 경영하면서 개발자들 앞에 설 때는 한번도 정장을 하지 않았다. 슈왈츠는 지난달 맥닐리에 이어 썬의 최고경영자에 올라 이날 처음으로 공식 행사에 나타났다. 그는 정장을 하고 나온 이유를 설명하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컴퓨터 시스템을 공급하는 썬이 소프트웨어회사로 불러 달라고 하고, 게다가 소프트웨어의 설계도 공개(오픈소스)와 무료화를 통해 참여와 공유를 실천하는 업체로 거듭나겠다고 하자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썬이 여전히 단정한 모습으로 바른 길을 잘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넥타이까지 맸다”고 말했다.
행사 후 그를 따로 만났다. 그는 “최고경영자 취임 뒤 첫 언론 인터뷰”라고 했다. 그는 먼저 “앞으로는 썬에 대해 기사를 쓸 때는 ‘오픈소스를 추구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표현해 달라”고 주문했다. 자바를 기반하는 하는 소프트웨어의 설계도를 공개하고 표준화를 통해 전 세계 누구나 필요한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면서 공유도 할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하는 세상을 열겠다고 말했다.
그는 썬의 변신을 소비자 편익으로 설명했다. “솔직히 소비자쪽에서 볼 때 정보기술 이용 비용이 너무 높아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오픈소스와 무료화는 정보기술 이용 문턱을 낮춰 사용자를 늘릴 수 있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고, 디지털격차 문제도 해결된다.” 그는 수익모델과 관련해서는, “오픈소스를 통해 사용자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짜로 쓰게 하다 사용자들이 익숙해지면 돈을 받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전하자, “분명히 말하는데 꿍꿍이 속(히든 아젠다)은 없다”면서도 “결과적으로 수혜자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적대적 관계 단절’도 선언했다. “최고경영자에 취임하고 며칠 뒤 스티브 발머 엠에스 최고경영자를 만나 ‘엠에스의 윈도와 썬의 자바 소프트웨어 사이에 호환성을 높여 소비자의 불편을 줄이자’고 제안해 동의를 받았다. 앞으로 썬과 엠에스의 관계는 장미를 물고 탱고를 출 수 있는 사이로 발전할 것이다.” 썬과 엠에스는 그동안 ‘썬 직원들은 스타벅스(엠에스와 협력관계)를 안마시고, 엠에스 직원들은 자바커피를 안마신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로 앙숙관계를 보여왔다. 그는 또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신하기 위해 시너지효과를 키울 수 있는 업체와 인수합병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썬과 오라클, 썬과 레드햇이 시너지효과를 키울 수 있는 합병 대상자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썬의 이런 행태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미국 증권가에는 썬의 행태를 맥닐리 의장이 그동안 “썬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온 점을 들어, 최고경영자를 바꿔 조직과 사업구조를 바꾸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이 많다. 슈왈츠 최고경영자도 이날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고 투자를 효율화해 수익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글·사진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하지만 썬의 이런 행태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미국 증권가에는 썬의 행태를 맥닐리 의장이 그동안 “썬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온 점을 들어, 최고경영자를 바꿔 조직과 사업구조를 바꾸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이 많다. 슈왈츠 최고경영자도 이날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고 투자를 효율화해 수익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글·사진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