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전화 때리기 더이상 못 참아!”
엘지텔레콤의 시내전화 영토 파고들기가 유선전화의 맏형격인 케이티의 자존심을 끝내 건드렸다. 케이티는 22일 “엘지텔레콤의 ‘기분존’ 서비스가 원가에 따라 요금을 매기지 않고 특정 구역만 요금을 깎아준 뒤 다른 이용자에게 통신비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며 통신위원회에 신고했다. 기분존은 전용 휴대전화를 구입한 뒤 담배갑보다 작은 플러그 형태의 ‘기분존 알리미’를 설치하면 반경 30m(48평) 안에서는 유선전화 수준의 요금으로 통화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기분존 안에서는 휴대전화로 상대 유선전화에 전화를 걸 경우 시내·시외 구분 없이 요금이 3분에 39원이다. 다만 다른 사람이 기분존 안의 사용자에게 전화를 걸어올 때는 이동통신 요금이 적용된다.
케이티는 최근까지 엘지텔레콤의 기분존 공세에 대응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엘지텔레콤이 ‘가출한 집 전화기를 찾습니다’ 같은 퍼포먼스와 자극적인 광고를 내보내면서 가입자를 몰아가자 결국 정면 대응에 나섰다. 기분존이 유선전화 위축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케이티의 박원상 상무는 “기분존으로 집에서 전화를 걸 때는 통신비 부담이 유선전화와 비슷할지 몰라도, 가족이나 지인들이 집으로 전화를 걸어올 때는 유선전화보다 7배 가량 비싼 이동전화료를 물게 된다”며 “유선전화를 해지하고 기분존으로 대체하라는 영업방식은 국민 전체의 통신비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장비 마련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케이티의 주장이다. 기분존 알리미는 1만9800원이고 전용 휴대전화는 38만원 선이다.
케이티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광고 전략을 썼던 엘지텔레콤은 논쟁 자체를 반기는 분위기다. 엘지텔레콤은 지난 4월말 서비스를 선보인 뒤 적극적으로 유선전화 시장을 공략했고, 현재까지 1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최근 독신이나 맞벌이 가구 등을 중심으로 유선전화를 아예 없애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엘지텔레콤 관계자는 “유선전화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을 뿐”이라며 “정보통신부에 요금제 신고 과정에서도 별다른 제재가 없었다”고 케이티의 주장을 반박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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