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소비자욕구 파악 위해 대상 확대
학생들 마케팅 체험 활동비·논술공부 ‘덤’
학생들 마케팅 체험 활동비·논술공부 ‘덤’
그동안 주부나 대학생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기업의 소비자 모니터 제도가 초·중·고교생으로 확대되면서 이들 사이에 마케팅 경험 열풍이 불고 있다. 학생들은 기업 활동을 체험하며 활동비를 덤으로 챙기는 데다, 활동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논술공부까지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예상 밖의 많은 인원이 몰리고 있다.
치킨 전문업체 비비큐(BBQ)는 올해 초 초등학교 6학년~대학생을 대상으로 ‘학생 마케터’ 제도를 도입했다. 회사쪽은 ‘비비큐 치킨의 매출 증대 및 이미지 향상 방안’이란 응모 과제를 내 지원자 중에서 100명을 뽑아 ‘올리브 치킨의 효과적인 홍보 방안’을 1차 활동과제로 주었다. 이 가운데 50명을 선발한 뒤 2차 활동과제를 내 최종 8명을 선발했다.
비비큐 마케터 모집에는 무려 1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몰려 회사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최종 선발자를 감안할 때 1천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인 셈이다. 이 밖에 롯데제과, 농심 등 다른 기업들의 모니터 모집에도 많은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들은 “인터넷으로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는데다 대입 면접 때 이런 경험이 가산점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비큐 마케터로 활동한 중학교 1학년생 서민희양은 “치킨과 함께 신선한 샐러드를 판매하면 좋을 것 같다” “모델(동방신기)을 활용해 로고송을 만들자”는 등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 최종 입상자에 들진 않았지만 고교 졸업 때까지 매년 50만원씩 지원받기로 했다. 서양은 “마케터 활동을 하면서 처음으로 소비자와 마케팅의 개념을 인식하게 됐고, 기업이 상품을 팔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롯데제과도 주부와 함께 여고생, 여대생을 대상으로 ‘소비자 모니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중 여고생들의 활동은 회사에서 제시하는 주제에 맞춰 자신이 관심을 가진 부문, 예를 들어 영화, 패션, 유행 등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자신의 의견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제출한다. 또 2주일에 한 번씩 회사에 모여 신제품과 주요 제품을 시식하고 평가한다. 롯데제과 소비자 모니터 안계현(자운고등학교 1학년)양은 “소비자 모니터 활동을 통해 기업 활동과 시장 조사 등에 대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작은 금액이나마 용돈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안양은 또 “회사에 보고서를 자주 내다 보니 글쓰는 실력도 느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농심도 주부 모니터 외에 남녀 중·고·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이버 모니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들은 사이버상에서 제품 평가 및 개선점 제안, 신제품 아이디어 제안 등의 활동을 펼치고, 활동 내용에 따라 일정 금액의 문화상품권을 지급받는다.
박열하 비비큐 홍보실장은 “기업으로서는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를 더 많이 수렴하기 위해 품목에 따라 타깃층을 세분화해 초·중·고교생까지 모니터 요원으로 활용할 필요를 느낀다”고 말했다. 또 박 실장은 “학생들에게도 평소 받기 어려운 경제교육의 기회가 돼 모니터 요원 선발과정에서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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