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졸속추진'을 주장한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25일 "한미FTA 체결로 강대국이 대립하는 동북아에서 우리가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게 됐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이날 오후 대전 KBS 공개홀에서 언론노조 주최로 열린 `한미FTA 저지 지역순회 강연회'에서 "우리는 동북아에서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캐스팅 보트' 역할을 통해 영향력을 높일 수 있었으나 FTA체결로 미국편에 완전히 들어가면서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FTA체결을 `안보동맹에 이은 경제동맹'이라고 주장하는데 한-미-일 관계가 강화되면 중-러-북한의 관계도 강화돼 오히려 남북한이 경제적으로도 대립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씨는 또 "마지막으로 대통령을 뵈었을 때 대통령은 FTA를 하더라도 지켜내야 할 `마지노선'이 무엇인지 물어보셨다"며 "국내경제체제가 미국식으로 완전히 재편되는 상황을 피하려면 미국의 초안은 대폭 수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투자자 정부제소권의 삭제를 비롯해 미국 농업보조금 삭감 또는 한국 농업보조금 인정,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 원산지 인정, 공공부문의 투자대상 제외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강연 뒤 질의응답시간에 "정부가 돌연 한미FTA 추진으로 돌아선 배경이 무엇이냐"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정씨는 "합리적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다"며 "최소한 지금 대통령 주위에는 올바른 말을 할 사람은 없고 `예스맨'만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병조 기자 kbj@yna.co.kr (대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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