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초 본 입찰을 앞둔 대우건설 매각 작업이 불투명하고 매끄럽지 못한 진행으로 인수 후보군 사이의 불신과 불안을 키우고 있다. 경쟁 기업들이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면서 ‘재벌기업 내정설’이 확산되는가 하면, 상대 기업 임원들의 사적인 관계까지 들춰내는 등 인수전이 ‘난타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재벌 내정설…불안한 중견기업들=“두산 고위 임원이 채권단 소속 기관의 고위 임원과 사돈 관계더라.” “금호 고위 임원의 형이 이헌재 사단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브로커 김재록과 관련이 있다더라.” 최근 대우건설 인수 후보 5개 기업(두산, 금호, 프라임, 유진, 삼환) 가운데 두산과 금호와 관련한 풍문이다. 일부 사실 관계는 맞지만, 실제 매각 과정에 영향을 주기 어려운 것들로 음해성이 다분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유독 재벌사에 대해 음해성 풍문이 나도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입찰 진행자인 자산관리공사가 민감한 사안인데도 불쑥불쑥 재벌기업들에 유리한 새 기준을 내놓고 있어 ‘재벌 내정설’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대우건설 인수에 한해 재벌기업에 적용되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배제하기로 했고, 지난 23일 최종입찰제안서에서는 △500억원 이상 인수합병 경험 △건설업 시공능력 등을 추가해 두산과 금호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
나머지 3개 중견 후보군은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자산관리공사에 대해 강한 불신감을 보이고 있다. 한 중견업체 관계자는 “예비입찰 때도 두산과 금호의 입찰가가 중견업체보다 1조원 가까이 낮았지만 평점에서 1~2위를 기록했다”며 “출총제 적용 배제도 취지는 좋으나 이를 대우건설에 소급적용하겠다는 것은 재벌 밀어주기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업체 관계자는 “인수합병 실적 평가는 경험이 없는 3개사에 불리할 수 밖에 없다”며 “건설업 시공능력 역시 매출 5조원에 이르는 대우건설에 견주면 후보사 모두 ‘도토리 키재기’인데도 이를 점수로 차별하겠다는 것은 재벌기업 편들기”라고 지적했다. 두산과 금호쪽은 애써 이런 풍문에 대한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중견업체들에 대해 “기업 규모가 작아 자금동원력과 경영능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도덕적 평가기준 공개해야=중견업체들은 무엇보다 인수후보자 선정 기준의 30~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비자금 조성·분식회계 등 비가격 요소의 평가 기준이나 배점이 발표되지 않는 데 대해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특히 검찰 기소 등의 처벌을 받았더라도 돈만 더내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자산관리공사의 방침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보다 강경한 조처를 바라고 있다. 두산은 지난해 총수 일가가 분식회계와 비자금 조성으로 사법처리됐고, 금호는 불법 정치자금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어 두 기업으로서는 ‘아킬레스건’에 해당하는 대목이다.
이는 물론 중견업체들이 입찰에서 유리한 환경 조성을 위해 제기하고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대우건설 매각의 성격이 ‘국민의 세금으로 되살린 기업을 매각해 공적자금을 회수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적자금 회수의 극대화’와 함께 ‘도덕적 잣대’를 명확하게 제시하는 선례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름대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선근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본부장은 “대우건설 매각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매각 이후 기업의 안정적 존립과 성장을 유지하는가 여부”라며 “인수 기업의 도덕적 평가에 대한 잣대를 투명하게 공개해 향후 현대건설, 엘지카드 등 공자금 회수를 위한 매각에서 더이상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