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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위원 “특정 기업·업계 위해 강행 의구심”
재경부 “규제 풀어 경쟁력 제고 취지…딴뜻 없다”
재경부 “규제 풀어 경쟁력 제고 취지…딴뜻 없다”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의 경제학자인 이동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재정경제부가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자본시장통합법을 잇따라 비판하자, 재경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이 연구위원은 이달 중순부터 금융연구원의 발행물인 <주간 금융브리프>에 금융투자업과 자본시장에 관한 법률(약칭 자본시장통합법)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글을 세 차례에 걸쳐 실었다. 특히 29일의 세번째 글에선 특정 재벌의 이해관계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 글에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재경부가 세심한 검토와 준비없이 자본시장통합법을 무리하게 변칙적으로 강행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이 법에 다른 ‘숨은 의도’가 있다거나 정권의 통제력이 약화된 틈을 타 특정 대기업집단이나 특정 업계의 ‘소원수리’를 위해 이 법이 이용되고 있다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법의 주요 대상이 증권업계인 점을 감안하면 특정 업계는 증권업계를, 특정 대기업집단은 증권업계 1위인 삼성증권을 계열사로 두고있는 삼성그룹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자본시장통합법 실무책임을 맡고 있는 임영록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30일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대명천지에 특정 기업을 염두에 두고 14개나 되는 방대한 법을 고치는 작업을 누가 하겠는가”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임 국장은 “애초 2003년에 전체 금융 관련법을 통합하는 작업을 시작했으나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40개에 이르는 법을 통합하는 것이 힘들어 자본시장 관련 법률 통합에 우선적으로 나선 것”이라며 “직접금융시장의 상품·금융 규제를 풀어서 경쟁력을 높이고 선진형 투자은행이 출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이 연구위원은 증권사에 지급결제업무를 허용하면 은행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전성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투자자산의 가치변동성이 큰 증권계좌를 지급결제에 직접 연결시키는 것은 지급결제의 안전성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또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겸영 허용이 중요 정보가 두 부문 간에 공유됨으로써 고객이 피해를 보는 이른바 ‘이해상충’ 문제를 발생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 쪽은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최상목 재경부 증권제도과장은 “증권사들은 지급결제액 한도를 한국은행으로부터 승인받게 되며 한도만큼 담보를 한국증권금융과 대행은행에 제공하게 돼 있다”며 “증권사 부도라는 최악의 경우에도 시스템 리스크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부 쪽은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지만 차단벽 등 엄격한 방지수단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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