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시민단체 진단과 주문
재계에서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대체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정책 방향에 큰 오류가 있었다기보다는 추진 과정에서 불거져나온 사회적 갈등 양상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채 되레 증폭시킨 서투른 정국 운영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엘지그룹의 한 고위임원은 1일 정부와 집권당의 선거 참패의 원인을 ‘소통의 실패’에서 찾았다. 그는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이 특별히 잘못된 것이라기보다 일부 감정적인 대처로 개혁 정책을 신뢰하지 못하는 국민들을 더 불안하게 만든 측면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교육이나 세금, 부동산 문제와 같이 서민들이 민감하게 느끼는 분야에서 갈등과 분열 양상이 끊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2003년 경제위기나 카드사태 등을 비교적 잘 해결하고 우리 경제 상황도 나쁘지 않은 편”이라며 “선거 참패는 경제 정책의 실패라기보다 부동산값 폭등이나 양극화 심화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일부 보수언론과의 소모적인 다툼을 지속한 것도 화를 자초한 측면이 강한 것으로 꼽혔다. 한 공기업의 임원도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정치란 게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으고 조율하는 일인데, ‘나는 선이고 너는 잘못’이라는 메시지를 줘서는 아무리 취지가 좋더라도 묻혀버리고 만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개혁정책이 국민들한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면서 국민정서상 정부를 신뢰하지 못한 것 같다”며 “부동산 대책도 많은 시민들의 재산세가 오르는 것처럼 오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3~4%대의 저성장을 유지하면서 서민층이 어려움을 겪었고 다양한 분배정책을 썼는데도 그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해 전통 지지계층으로 외면받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한성대 교수)는 “국민들은 경제사회 질서의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했지만 현 정부는 지난해 총선 이후 1년여 동안 완전히 거꾸로 갔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이번 선거 결과가 예상된 것인만큼 경제에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케이티 관계자는 “그동안 정치적 격변을 많이 겪어서인지 경제 분야에서 정치 변수는 어느 정도 분리되어 있는 상태”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유가나 환율과 같은 경기변동 요인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향후 예정된 정치권의 지각변동에 대해서는 주목하고 있다. 현 정부가 추진중인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이나, 자본시장통합법, 금산분리 원칙 등이 흔들림없이 진행될 지 여부에 관심을 보였다. 전직 경제관료 출신의 한 금융계 인사는 “대통령이 지방선거 결과나 여당 내부의 문제와는 거리를 두고, 남은 임기 동안에 주요 경제현안을 해결하는 데 주력해야 최종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다만 이번 선거 결과로 정국이 표류하고 정치적 리더십이 흔들릴 경우 국가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오지 않을까 우려했다. 에스케이 한 임원은 “경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정책의 일관성을 통한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달석 자동차공업협동조합 이사장도 “경제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책을 믿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정부여당 쪽에서 부족한 것 같다”며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주문했다.
압승을 거둔 한나라당에 대한 주문도 나왔다. 중견그룹의 한 임원은 “한나라당이 잘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현 정권에 대한 반대 차원의 정책 제안으로 갈등을 유발하기보다는 생산적인 의정 활동에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대선 송창석 정세라 석진환 이정훈 임주환 기자 hongds@hani.co.kr
홍대선 송창석 정세라 석진환 이정훈 임주환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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