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이통사 공동협의체 구성
“수익몫 더 안주면 음원공급 중단”
“우리가 시장 개척…무리한 요구”
“수익몫 더 안주면 음원공급 중단”
“우리가 시장 개척…무리한 요구”
디지털시대 음악산업의 맹주는 누구인가? 음반시장이 무너지고 디지털 음악시장이 커지면서 음악산업의 전통 권력인 음반기획사들과 신흥 권력인 이동통신 업계가 충돌하고 있다. 2일 에스케이텔레콤 등 이통통신 3사와 320여 음반기획사들의 모임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 대표들이 모여든 협상 테이블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음반기획사들이 2026억원의 벨소리·통화연결음 시장의 수익 배분을 늘려주지 않으면 음원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한 뒤 처음으로 만난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일단 공동협의체를 만들고 한 달 시한으로 재협상을 하기로 했다. 지난 1일 이수영 7집 앨범의 음원 공급이 중단된 데 이어, 최고 판매고를 올린 에스지워너비·김종국·버즈 등 인기 가수의 음원 공급이 줄줄이 중단되는 최악의 사태는 피한 셈이다. 이통사들과 음반업계의 대립은 음악시장의 주류가 음반에서 벨소리·통화연결음이나 스트리밍·내려받기 같은 디지털 음악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예고됐다. 지난해 음반시장은 1087억원 규모로 전성기였던 1997년 4104억원에 견줘 26%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지난해 디지털 음악시장 규모는 2486억원으로 음반시장의 갑절을 넘어섰다. 게다가 에스케이텔레콤의 ‘멜론’ 서비스는 한달 5천원으로 음악파일을 엠피3폰에 무제한 내려받을 수 있게 해 디지털 음악 시장의 ‘무서운 아이’로 성장하고 있다. 연제협의 강승호 이사는 “가수를 키우고 좋은 음악을 만드는 음반기획사들이 적정 수익을 얻어야 더 좋은 음악 만들기에 재투자할 수 있다”며 “현재는 음반기획사들이 힘들게 히트곡을 만들어놓으면 이통사들이 돈을 가져가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음반기획사들은 현재 25% 수준인 자신들의 몫을 45%로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원음을 가공해 이통사에 제공하는 컨텐츠 업체(CP) 사업에 자신들도 참여하게 해달라고 주장한다. 현재 벨소리 등의 음악 이용료는 음반기획사가 매출의 25%를 가져가고, 이동통신사가 32.5%, 콘텐츠 업체(CP)가 18.95%를 갖는 구조다. 멜론처럼 전곡을 서비스하는 때도 음반기획사는 수익의 35% 정도만 가져간다. 수익률 재조정은 오래 묵은 갈등인데다 이해관계가 팽팽히 갈려 향후 협상도 쉽지 않아 보인다. 에스케이텔레콤 등은 ‘디지털 음악시장은 이통업계가 새로 창출했는데, 음반기획사들이 음반시장 붕괴의 보상을 여기서 찾으려 한다’는 불만을 품고 있다. 이와 별도로 콘텐츠 업체들도 이번 협상 테이블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불만이 크다. 사실 미국 등의 디지털 음악시장에서는 음반기획사들이 가져가는 몫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크다. 디지털 유료 음악 시장의 전범처럼 된 애플의 아이튠스-아이팟 모델은 사업 초기 음원 권리자 쪽에 60% 이상의 수익을 배분해줬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이은민 연구원은 “전통 음악산업 종사자들이 디지털 음악시장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다 보니 처음에 적정 수익을 챙기지 못했다”며 “멜론 서비스의 인기 추세를 고려할 때 음악 시장을 둘러싼 주도권 쟁탈전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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