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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기업지배구조 개선 상법 ‘무늬만 개정’

등록 2006-06-04 20:37

이중대표소송 도입 불구 재벌그룹 비상장사 비껴가
전자투표제 실시땐 소액주주 참여는 활성화될 듯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1년여를 준비해온 법무부의 상법 개정안이 ‘무늬만 개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4일 법무부가 공개한 ‘상법 개정시안 주요내용’을 보면, 이중대표소송제의 대상인 모자회사 기준이 지분율 50%로 정해져 거의 모든 재벌그룹의 핵심 비상장 계열사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사의 자기거래 규제 범위를 넓혔음에도, 재벌 총수일가의 개인출자 회사가 다른 계열사들의 사업기회를 가로채는 ‘회사 기회 편취’에 대한 규제는 아예 도입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중대표소송마저 유명무실 될라=지금까지 재벌기업에서 이사 등 경영진들이 배임이나 횡령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더라도 비상장기업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민사상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 회사를 대신해 소송을 걸 수 있는 당사자들이 바로 불법행위자이거나 불법에 연루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당 비상장기업에 출자한 상장기업의 주주들이 민사상 책임을 묻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현행 상법은 이런 이중대표소송이 불가능하다. 직접 주주의 대표소송만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무부는 이번 개정안에 이중대표소송제를 명문화했지만, 기존 상법상 모자회사 관계 기준인 ‘지분율 50% 초과’를 그대로 둔 탓에 실효성은 전혀 없게 됐다. 법무부는 “모자회사 기준을 지분율 50%로 잡으면 전체 기업의 46.88%가 해당된다”고 주장했지만, 재벌그룹의 핵심 비상장회사들은 거의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 각 재벌그룹에서 사실상 지주회사 구실을 하는 비상장사들은 50% 모자관계를 충족하는 예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한성대 교수)은 “법무부가 말한 46.88% 기업은 대부분 그룹 소유 지배 구조에서 핵심 위치에 있지 않은 회사들”이라며 “직·간접지분율 합계 30% 이상 기준으로 다중대표소송제가 인정돼야 32개 재벌그룹 계열사 중 75.89%에 대해 소제기가 가능해져 주주대표소송의 실효성이 담보된다”고 설명했다.

‘회사기회 편취’ 규제는 쏙 빠져=이사의 자기거래 규제 대상이 기존 ‘이사’에서 ‘이사의 직계존비속·배우자 또는 그들의 개인회사’로 범위를 넓힌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회사 기회 편취’와 관련한 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것은 커다란 한계다.

기존 상법에서는 최근 문제가 된 현대차와 현대차 회장의 개인회사로 출발한 글로비스의 거래가 규율되지 않으나, 개정안에는 이런 거래까지 규제 대상이 된다.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재벌 계열사가 사업을 몰아주는 행위는 이사회의 사전 승인을 거쳐야 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거래는 자산이나 주식 거래에만 해당돼, ‘회사 기회 편취’와 관련해서는 방관하고 있다. 미국에선 판례법을 통해 ‘회사 기회 편취’를 금지하고 있다.

김상조 소장은 “자기 거래는 ‘회사가 하지 않아도 되는 거래를 하게 하는 것’이지만, 회사 기회 편취는 ‘회사가 할 수 있는 거래를 못하게 하고 대신 자기가 하는 것’으로 명백히 규율 대상이 다르기에 별도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참여연대는 ‘회사 기회 편취’의 사례로 현대차그룹의 글로비스, 에스케이그룹의 에스케이씨앤씨, 신세계그룹의 광주신세계 등을 든 바 있다.

한편, 주주총회 전자투표제가 도입되면, 비용이 절감되고 소액주주들의 참여가 활성화돼 일부 재벌의 경영진의 전횡에 책임을 묻는 일이 수월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현행법에도 허용돼 있으나 ‘정관에 의해 배제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 때문에 거의 실행되지 못하는 집중투표제의 전례를 따를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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