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참여정부 서민정책 잇따라 ‘헛발질’

등록 2006-06-06 21:52

자영업·집값대책 ‘공염불’ 양극화 갈수록 심화
보수층 눈치 보며 우유부단 태도가 위기 불러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김성수(가명·42·서울 구로구)씨의 지난달 월급은 각종 수당을 합쳐 243만원이었다. 국민연금, 의료보험, 회사 대출금을 빼면 실수령액은 189만원이었다. 카드값, 대출 이자, 보험료, 학원비 등을 떼니 통장에 남는 돈이 10만원이 안 됐다. 버는 돈은 200만원이 채 안되는데, 쓰는 돈은 300만원이 넘는다. 연 400% 보너스가 가끔 숨통을 틔어주지만, 마른 논에 물 한 바가지 붓는 것 같아 마이너스 통장은 이제 목언저리까지 차올랐다.

모자라는 생활비는 5년간 붓던 적금을 헐어 써왔는데, 그것도 이젠 바닥이 보인다. 3천만원을 겨우 넘는 그의 연봉은 4년 전과 거의 같다. 2002년 이후부터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월급이 제자리걸음 또는 뒷걸음질쳤다. 그래도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큰 지장이 없었는데, 큰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간 뒤 과외비가 한 달에 40만원 가량 나가고 다른 씀씀이도 조금씩 늘어나면서 눈에 띄게 쪼들린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6700원짜리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하나 사는 것도 부담스러워진다.

자영업을 한 최인철(가명·53·경기도 의정부시)씨의 월소득은 임대료 수입 45만원이 전부다. 4년 전만 해도 그는 월 300만원 이상 버는 음식점 사장님이었다. 그는 피시방으로 업종을 바꾸고, 의정부에 방 10개짜리 다세대주택을 구입했다. 피시방은 인근에 대형 상가가 들어서면서 매출이 급격히 줄어 문을 닫았다. 다세대주택에선 세입자가 나가고, 새로 들어오진 않아 5가구 가운데 2가구가 비었다. 2억원을 주고 샀는데, 1억7천만원에 내놓아도 찾는 사람이 없다. 재산은 집 한 채가 전부여서 최씨는 옴짝달싹할 수가 없다.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어렵다. 지표로는 1분기 성장률이 6.2%에 이르는 등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서민경제에는 햇살이 없다. 통계수치를 보면, 서민경제 어려움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양극화’라는 게 분명히 드러난다. 지난 1분기 우리나라 가구 중 소득 상위 20%의 월평균 가구소득을 참여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2003년 1분기와 비교하면 18.5% 늘어났다. 그러나 하위 20%는 1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상위 20%의 가구소득이 3년간 100만원 늘어날 때, 하위 20%의 소득은 단 7만원 늘어났다. 참여정부 3년동안 서민들이 주로 종사하는 소매·음식숙박 업종은 죽을 쒔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동네 슈퍼마켓(-2.1%), 치킨점 등 기타 음식점(-7.6%), 소형 소매점(-12.1%), 여관(-16.1%) 등 모두가 매출이 줄었다. 편의점(15.7%), 할인점 등 대형 소매점(22.1%), 호텔(39.5%) 등 대형 유통·호텔업종 매출이 같은 기간 크게 늘어난 것과 대조를 보인다.

참여정부가 서민·중산층 대책에 눈감았던 건 아니다. 출범 초기인 2003년 5월30일 10대 과제, 89개 시책의 ‘서민·중산층 생활안정 대책’을 내놓았고, 지난해 5월에도 자영업자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효과는 신통치 않다. 극빈층 생활보호는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지만, 서민층 소득은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특히 ‘자영업 구조조정과 자영업자 재교육을 통한 근로자 흡수’가 핵심인 자영업 대책은 초기부터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실제로 정부가 워크아웃 대상 영세 자영업자 15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힌 직업교육 프로그램의 지난해 참여자는 14명뿐이었다. 40~50대가 대부분인 국내 자영업자들의 전직 교육 참여도는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낮을 수밖에 없다.


집값에 대해선 정권 초기부터 강력한 의지를 표방했지만, 10.29 대책이 국회에서 누더기 법안이 된 것처럼 보수층의 반대여론에 휘말려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며 때를 놓친 것이 집값 상승의 기폭제 구실을 했다.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 등은 참여정부 들어 서민경제가 위축된 이유로, 신용불량자 정책을 들기도 한다. ‘도덕적 해이’ 논란에 빠져 ‘부채탕감’ 등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바람에 서민들의 소비침체와 서민경제 위축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서민경제 회복을 위한 해결책도 상반된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은 “복지 위주의 재정정책 대신 투자 중심의 성장정책을 써야한다”며 “정부가 나서지 말고,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들이 투자를 하도록 해야 고용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성장률을 지금보다 더 높여야 성장의 과실이 서민·중산층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 학계 등에선 양극화 대책없는 성장 우선 정책은 서민경제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민노당 심상정 의원실의 임수강 보좌관은 “분배없는 성장 일변도 정책만으로 서민경제가 활성화되길 기대할 순 없다”며 “서민금융기관 활성화 등 서민들을 위한 최소한의 자립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이 정부가 지난해부터 양극화 해소를 내세웠는데, 늦긴 했지만 방향은 바른 것”이라면서도 “세계적인 양극화 추세가 정부의 양극화 대책을 압도하고 있고, 정부가 양극화 문제를 증세로만 풀려고 한 점, 양극화 해소와 확대 정책이 동시에 추진되는 정책적 모순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간부회의에서 “새로운 유통시스템으로 전통시장과 중소기업, 자영업자, 택시 등의 분야에서 구조적 어려움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현장파악과 문제점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