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기업 활성화 영향 미친 듯”
중견 헤드헌터인 김아무개씨는 최근 다국적 기업들로부터 ‘기업 사회공헌에 능통한 인재를 구해달라’는 요청을 부쩍 많이 받는다. 그는 “규모가 별로 크지 않은 외국계 기업인데도 사회공헌 전담 임원을 뽑는 경우가 있다”며 “최근 삼성 등 국내 대기업들의 사회공헌 분위기 때문에 외국계 기업들도 한국에서의 사회공헌을 필수적으로 여기는 추세”라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들이 사회공헌이 더욱 활기를 띄고 있다. 특히 패스트푸드, 담배, 주류 등 비만이나 암을 유발하거나 환경오염 등의 이유로 비판받는 글로벌 기업들이 짜임새있는 활동을 전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코카콜라는 지난달부터 대대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창립 120주년을 맞아 ‘한 방울씩 소중하게 채우세요’라는 모토 아래 청소년 건강 증진 프로그램과 물의 소중함을 체험할 수 있는 환경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회사쪽은 사회공헌과 아울러 과일 주스 등 건강 관련 제품군을 강화해 ‘몸에 나쁜’ 음료 회사 이미지를 벗는 데 최대한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도 그동안 진행했던 소외계층 정보화 지원 사업 등을 더욱 확대한다.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사장은 지난달 말 방한해 “앞으로 5년간 노인 10만명에게 컴퓨터 교육을 해 디지털 격차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다국적 담배회사인 비에이티코리아는 2003년부터 사회공헌 기획 전담 부서를 만들어 문화, 교육, 지역사회 관련 사회공헌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매년 정부, 시민단체, 소비자, 보건 전문가 등을 불러 ‘우리 회사의 청소년 금연 예방 프로그램은 진실된가’, ‘우리는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가’와 같은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이를 독립적인 국제검증심사기관에게 맡겨 보고서로 발간하게끔 한다.
‘조니워커’로 유명한 주류기업 디아지오코리아도 한국 내셔널트러스트와 강원도 정선의 제장마을 일대 5000평을 매입하며 환경보호 운동에 나서고 있으며, 베엠베(BMW)그룹 코리아는 유럽경영센터 등 산학협동과 결식아동 지원에, 한국도요타자동차는 ‘아시아와 세계’ 강좌와 ‘렉서스 환경학교’ 등 사회공헌에 순이익의 4~6%에 이르는 액수를 투자하고 있다.
‘기부정보가이드’의 정선희 대표는 “과거 다국적 기업들이 자국에서는 사회공헌에 앞장서면서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사회공헌에 소홀히 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지적하며 “하지만 논쟁에 휘말리기 쉬운 기업일수록 지속 가능한 경영에 앞장서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라고 말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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