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 경고
현대경제연구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금융시장이 대폭 개방되면 자금중개기능이 더 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원은 11일 '한미 FTA와 국내 금융산업의 문제점' 보고서에서 "한미 FTA가 체결되면 국내 금융산업은 구조조정 촉진과 다양한 금융상품 도입에 따른 소비자 편익 증가 등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동시에 국내 금융 산업의 구조적 문제로 많은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우선 한미 FTA로 금융시장 개방이 확대되면 외국 자본은 기업 금융보다 부동산 담보 대출 등 상대적으로 수익성과 안정성이 높은 소매 금융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원은 전망했다.
현재 취약한 기업 신용평가 시스템 때문에 주식과 회사채의 적정 가격이 형성되지 않아 국내 기업들이 대부분 자금 조달을 은행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기업 금융 약화는 투자 정체와 고용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또 연구원은 자산규모, 자본조달 비용, 상품 설계능력 등에서 월등한 미국 대형 금융사들이 한국에 진출하면 국내 금융사들의 시장 점유율을 크게 떨어뜨려 수익률 경쟁과 이에 따른 자산 부실화를 촉발할 것으로 우려했다.
외국 자본의 국내 금융사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멕시코의 경우 98년 외국인의 은행 인수가 허용된 이후 외국인의 은행 지분율이 99년말 30.9%에서 2003년말 83%까지 뛰었다.
운용손실 등과 관련된 금융소비자 보호 제도가 미흡한 상황에서 신(新)금융서비스 허용으로 새로운 상품이 대거 도입돼 소비자 피해가 속출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황동원 연구원은 "한미 FTA 체결에 앞서 신용평가체제 개선 등을 통해 기업금융 여건을 개선하고, 출자총액제한제나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등과 같은 규제를 폐지해 국내 증권 및 보험사의 대형화를 촉진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