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세계경제의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의 위협이 점점 가시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코 넘겨들을 주장은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고, 로드리고 라토 IMF 총재 역시 세계경제의 둔화 가능성을 지적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에서 하버드대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세계경제가 여전히 확장기에 있다는 사실이 금융 위기가 발발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수년간 세계경제는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작년 세계경제 GDP는 4.7% 성장했고, 올해에도 4.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197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그렇다면 왜 위기론이 부상하게 된 것일까? 사실 문제는 성장의 그늘 속에서 싹트고 있었다.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저금리 정책과 감세 정책 등을 통해 소비지출을 급격히 확대해왔다. 미국의 소비지출은 중국 경제의 빠른 성장과 맞물려 세계경제 성장을 추동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그러나 감세정책과 연이은 아프간-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재정적자는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올해 미국의 재정적자는 4,23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는 2002년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아진 수치다. 대외교역의 불균형으로 말미암아 경상수지적자 역시 엄청나다. 작년 미국의 경상수지적자는 무려 8,049억 달러로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채도 급증했다. 미국 정부가 진 부채는 올해 초 법정 한도액 (8조 1,840억 달러)을 초과할 정도로 불어났다. 이 때문에 달러화 가치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같은 미국의 ‘쌍둥이 적자’(twin deficits) 현상 심화는 ‘고유가’라는 악재를 만나 더욱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실 고유가 사태는 그간 세계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때문이기도 하다. 즉, ‘자원먹는 하마’ 중국의 빠른 성장과 주요 산업국가들의 지속적인 성장이 보다 많은 석유 수요를 불러왔는데, 그에 비해 석유 공급은 별로 증가하지 못하고 오히려 줄어들었던 것이다. 더욱이 나이지리아 내전, 이란 핵문제라는 심각한 악재가 겹쳤다.
달러화 약세와 고유가때문에 미국경제는 인플레이션의 압력에 시달리게 되었다. 한편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서는 금리를 계속 올려야 한다.(즉, 긴축을 해야되는 것이다) 그런데 금리가 올라가면 대출이 어려워져 상대적으로 소비가 줄어들게 되므로, 세계경제는 그 동안의 성장 동력을 상당부분 잃게 될 수도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세계경제가 급격히 위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적어도 내년까지는 4%대의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성장세가 하향조정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말 한마디에 따라 이토록 증시가 심하게 요동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현재 세계경제 상황에 상당한 불안심리를 가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시장이 작은 충격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때는 언제나 위험하다. 우리경제는 세계경제의 불안정성 증대 위협에 한층 더 심하게 노출되어 있다. 대외 교역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로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물론 올해 우리경제는 4~5%대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섣부르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리경제는 장기적으로 좀 더 내수부문의 비중을 높이는 ‘체질개선’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해외로부터의 충격을 어느 정도 자체적으로 흡수할 수 있어야 위험요인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금리조정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세계경제의 유동성 위기에 대처할 내적 능력을 배양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말 한마디에 따라 이토록 증시가 심하게 요동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현재 세계경제 상황에 상당한 불안심리를 가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시장이 작은 충격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때는 언제나 위험하다. 우리경제는 세계경제의 불안정성 증대 위협에 한층 더 심하게 노출되어 있다. 대외 교역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로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물론 올해 우리경제는 4~5%대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섣부르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리경제는 장기적으로 좀 더 내수부문의 비중을 높이는 ‘체질개선’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해외로부터의 충격을 어느 정도 자체적으로 흡수할 수 있어야 위험요인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금리조정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세계경제의 유동성 위기에 대처할 내적 능력을 배양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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