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최고의 투자 귀재로 알려진 A. 제럴드 페렌치오(75)씨가 초대형 매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의 투자 과정과 철학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2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14년전 스페인어 방송사 `유니비전 커뮤니케이션스'를 설립한 페렌치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회사를 130억 달러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키로 했으며 월가에서는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이 회사의 매각 대금을 130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이탈리아 이민가 자손인 페렌치오 CEO는 지난 1992년 투자자들과 함께 홀마크 카드사로 부터 회사를 5억5천만 달러에 인수할 당시 3천300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이번 매각으로 13억 달러를 손에 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950년대에 에이전트로 밴드들의 출연 계약을 하며 사업 수완을 보이기 시작한 그는 1971년 다른 복싱 프로모터들이 쉽게 손대지 않던 무하마드 알리-조 프레이저 경기 등 두차례 헤비급 타이틀전을 500만 달러를 보장하고 유치해 수백만 달러의 이익을 남겼고 역시 1970년대에 엘튼 존의 미국 진출을 도맡았다.
1981년 TV 프로듀서 노먼 리어와 함께 영화 스튜디오 `압코 엠버시 픽처'를 2천500만 달러에 매입, 4년후 홈비디오 사업이 뜨면서 코카콜라에 4억8천500만 달러에 매각하면서 성가를 높였다.
또 1980년대에 블록버스터 영화 `블레이드 러너'와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등을 공동 프로듀싱했으며 영화관 체인점을 사들였다가 바로 매각해 큰 이문을 남기는 등 투자하는 것 마다 히트시키는 `황금 손'이었다.
페렌치오의 오랜 친구인 가수 앤디 윌리엄스는 "오래도록 그저 운이 좋은 친구이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운이 아니었음을 알게 됐다. 그는 정말 영리한 친구다"고 말했고 워너브러더스의 앨런 혼 회장은 "제리는 늘 놀라운 감각으로 다른 이들보다 앞서 나갔다"고 평가했다.
포브스지가 29억 달러의 재산가로 추정하는 그는 언론을 극히 불신하면서 언론과 인터뷰하지 않는 등 철저하게 언론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사진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은 3번째 아내이자 화가인 마가렛이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홈페이지(www.margaretperenchioart.com)일 정도다.
그를 아는 이들이 한결같이 "예지력이 있다"고 밝히는 그가 늘 염두에 두고 직원들에게 지키도록 하고 있는 20가지의 신조는 페렌치오를 할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중 하나로, 미국 최고 부자중 하나로 만들었다는 평가다.
그중 대표적인 것들을 보면 ▲언론과 거리를 둔다. 인터뷰,패널참가,연설을 삼가는 등 주목받지 않도록 하라. ▲친인척을 고용치 말라. ▲누구든 재고용은 없다. 한번 나간 사람은 다시 쓰지 않는다. ▲나보다 더 똑똑하고 나은 사람을 뽑아 책임을 지게 하라. 그래야 내가 편하다. ▲분수를 알아라. ▲철저히 준비하라. ▲팀웍을 지키라. ▲선택권을 쥐고 결코 넘겨주지 말라. ▲직관과 상식을 따르라. ▲생각을 크게 가져라. ▲문제가 있다면 지체하지 마라. 곧바로 맞닥뜨려 해결하라. ▲자신감을 극대화하되 오만은 버려라. ▲실수했다면 인정하라. 하지만 너무 많은 실수는 하지 마라. ▲현재 하고 있는 사업에서 눈을 떼지 마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라. ▲과감하되 공정하고 늘 유머 감각을 잃지마라 등이다.
이런 그의 경영ㆍ투자 철학은 지금도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해 할리우드의 제작자들의 그의 견해를 구하곤 하는데, 얼마전 브라이언 그레이저 프로듀서는 론 하워드 감독과 함께 페렌치오를 찾아와 영화 `다빈치 코드'와 `뷰티풀 마인드' 제작과 관련한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한편 그는 말리부 해변에 골프장이 딸린 대저택을 갖고 있으며 낸시 레이건이 바로 옆 집에 살고 있고 리처드 리오던 전 LA시장,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등과 친구로 지낸다.
그는 또 레스리 문베스 CBS방송 CEO, 제프리 카젠버그, 전 다저스 회장 봅 댈리, 프로듀서 래리 고든, 배우 더스틴 호프먼 등과 포커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http://blog.yonhapnews.co.kr/isjang/
장익상 특파원 isjang@yna.co.kr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