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임상시험 통해 신약개발 기간 단축 난치병 환자돕기 계속
인터뷰/노바티스 연구소 책임자 폴 헤링
“노바티스의 힘은 시장성보다 연구가치를 우선하는 기업 문화와 짧은 신약개발 기간, 적극적인 사회 공헌입니다.”
세계 4위 제약사인 노바티스의 연구소 책임자 폴 헤링(59·사진) 박사는 지난달 31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노바티스의 성공 비결을 이렇게 표현했다. 스위스에 본사가 있는 노바티스는 세계 제약사 가운데 매출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율(15%) 1위이며, 상위 10대 제약사 중에서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헤링 박사가 풀어놓은 제약사업 성공의 첫 번째 열쇠는 ‘연구자들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그는 “여타 기업과는 달리 우리는 마케팅 부서보다 연구부서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반영한다”며 “현재 10억달러 이상 매출을 달성하고 있는 면역억제제 ‘산디문’이라는 약품은 20여년 전 장기이식이 활발하지 않을 때 연구가치를 주장했던 연구진의 의견이 반영되었던 것”이라고 한다.
노바티스의 또 하나의 성공 비결은 ‘신약개발 기간이 짧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신약이 출시되기까지 10년 가까이 걸리지만 노바티스는 지금까지 평균 7년 미만의 시간이 걸렸다. 헤링 박사는 연구기간 단축을 위해 “연구결과를 기다려서 다음 단계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신약개발에 필요한 사업을 병렬적으로 한꺼번에 진행한다”고 한다. 리스크가 너무 높지 않냐는 질문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소규모 임상실험으로 조기에 신약개발의 방향을 잡는다”고 말했다. ‘개념의 입증’이라고 이름 붙인 이 방법으로 개발예정인 약품이 인체에 미치는 효과를 신속하게 평가하고 집중투자를 결정해 왔다고 한다. 실제로 노바티스는 이 방식을 도입한 뒤로 신약 상품화 성공률을 50%까지 높였다.
링 박사는 “노바티스와 함께 가난한 사람들에게 약을 나눠주는 프로그램을 고민한 세계보건기구 이종욱 사무총장의 죽음은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한국에서도 백혈병 환자를 위한 글리벡 프로그램과 말단비대증이라는 난치병 환자 돕기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노바티스는 이번에 열린 세계보건기구 회기 중 가난한 사람들에게 약을 나눠주는 프로그램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에 대해서는 한국·스위스전 경기결과를 답하는 것만큼이나 “모색 중” “고려 중”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말을 아꼈다. 이번 방한에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함께 생명의학분야에 관한 한국·스위스 바이오메디칼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심포지엄은 내년에도 신약개발을 주제로 열릴 예정이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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