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할인점업체인 까르푸(프랑스)에 이어 세계 최대 할인점 업체인 월마트(미국)가 한국에서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잇따라 철수한다. 세계 굴지의 유통업체가 한국 시장에서 맥을 못추고 떠나는 이유는 현지화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들과 달리 몇몇 외국 기업들은 한국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현지화 노력을 기울여 경영 실적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독일계 생활산업용품업체 헨켈코리아는 한국에서 발전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인수한 뒤 현지의 특성을 고려한 통합 활동과 본사의 선진화된 노하우를 통해 한국시장에서 자리잡았다. 특히 한국의 가족적이고 사람을 중시하는 문화를 그대로 수용한 점이 효과를 거뒀다.
99년 자동차 방진재 및 실런트 생산업체 홍성화학을 인수했을 때도, 2003년 건축용 실런트 업체 럭키실리콘을 인수했을 때도 직원을 100% 고용 승계해 직원들이 안정감을 갖고 일할 수 있게 했다. 기존 경영진도 그대로 두었다. 두 회사의 자율적인 기업 문화를 유지하면서 가족을 위한 의료지원 제도 등 헨켈의 선진화된 직원복지 시스템을 적용해 한 식구라는 소속감을 갖게 했다. 인수한 기업의 공장, 연구실, 사무실 등 시설과 직원 교육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새미루트피 헨켈코리아 사장은 “현지화 노력에 힘입어 89년 진출 첫해에 직원 5명, 매출액 10억원으로 시작한 회사가 직원 500명, 연 매출 18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21일 서울 한국과학기술원(KIST) 강당에서 열린 ‘제 5회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생명과학진흥상 시상식’에서 로레알코리아 클라우스 파스벤더 사장(가운데 위)과 본상을 수상한 백경희 고려대 교수(가운데 아래) 등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공/로레알코리아
영국계 주류기업 디아지오코리아는 한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위스키 윈저를 개발해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국 실정에 맞는 영업과 마케팅 전략이 단기간에 현지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정(情)’과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시장에 맞추기 위해 전국 유흥업소 종사자를 대상으로 ‘윈저컵 축구대회’를 개최했다. 월드컵 열풍으로 나라가 들썩이던 2002년부터 2004년까지 해마다 4000여명 이상이 열성적으로 참여했던 이 대회는 밤낮이 바뀌어 일하는 유흥업계 종사자들이 낮에 운동장에 모여 팀워크를 다지고 함께 땀을 흘리는 자리가 됐다. 업계 종사자와 회사 영업사원들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푸르덴셜생명은 본사의 창업이념 실현과 한국 현지화를 병행했다. 보험이념과 교육시스템은 미국 푸르덴셜의 것을 그대로 옮겨왔지만 인적 구조는 한국식으로 유지했다. 대부분의 외국 보험사들이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을 본사 인력으로 채웠지만 푸르덴셜생명은 한국인 사장을 영입하고 임원진을 한국인으로 채워 토착화를 노렸다. 미국 기업이지만 외국인은 한 명도 없고 사장부터 임직원까지 100% 한국인이다. 본사에서도 철저하게 경영 자율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런 선택은 안정적인 성장과 높은 고객만족도로 나타났다.
이 밖에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 로레알코리아는 한국 생명과학분야에서 여성 과학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한국이 생명과학분야 강국이라는 것을 세계에 적극 알리기 위해 98년부터 매년 본사 차원에서 진행되었던 세계적인 ‘로레알-유네스코 세계여성과학자상’을 2002년부터는 한국유네스코와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과 함께 한국 여성과학계의 실정에 맞게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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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님 운세는…” 사주 봐주며 고민 상담
푸르덴셜생명 김동우씨 푸르덴셜생명에는 직원들이 ‘고민해결사’로 부르는 사람이 있다. 시스템운영팀의 김동우(29)씨다. 직원들의 사주를 봐주며 이런저런 고민을 상담해주다 보니 붙은 별명이다.
김씨는 대학시절 지금의 부인을 만난 뒤 ‘인연이라는 게 있는지’ 알고 싶어 명리학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 분야에서 권위있는 명리학 연구가 김태규씨의 강의를 6개월 가량 들었다고 한다. 현재까지 그가 사주를 봐준 사람은 약 300명 정도. 회사에서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100여명 정도 사주를 봐줬다. 복비는 점심 한끼인데, 푸르덴셜에서는 김씨와 점심을 먹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한달치 스케줄이 꽉 차는 등 인기 만점이다.
사주를 공부했다는 게 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너도나도 봐달라고 하기 시작해 아예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전공인 시스템쪽 특기를 살려 생년월시만 입력하면 관련 내용이 모두 뜨도록 했다. 그는 “단순히 사주팔자를 점치듯 봐주는 게 아니라 역학의 원리, 기원, 배경 등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기 때문에 상담받는 사람들이 재미있어 한다”고 말했다.
사주를 본 직장 동료들은 그의 설명을 듣는 내내 “이거 과학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논리적으로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게 좋다는 반응이다.
그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라이프플래너가 되고 성공하는지 등을 알 수 있도록 라이프플래너(LP)의 특성을 분석해보고 싶다”고 했다. 능력이 뛰어난 라이프플래너 몇명을 보면서 ‘성취욕구가 아주 강한 사람들이 라이프플래너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윤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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