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서 납치됐던 김옥규 가스공사 과장
한국가스공사 김옥규(40) 과장은 마른 기침을 멈추지 않았다. 나이지리아에서 피납됐다 돌아온 지 열흘이 지났지만 몸은 아직도 ‘적응 중’이다. 김 과장은 가스공사가 나이지리아에 세운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시설을 점검하려고 현지에 갔다가 지난 7일 반군에게 납치됐다. 이틀 만에 풀려났지만 그때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그는 “10년 넘게 가스설비 기술자로 일하며 해외에서 내 기술을 검증받고 싶은 욕심”에서 나이지리아행을 택했다고 했다. 10년 넘는 현장생활에 이골이 날 법도 한데 그는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해외사업 현장 실무자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포커칠 때 쪼는 맛 아세요? 해외 현장에서는 그런 맛이 있어요. 미국사람·영국사람과 경쟁하고, 요즘은 중국사람까지 덤벼들죠.” 나이지리아 현장도 피랍 당시 시운전 마지막 단계여서 며칠만 더 있었다면 멋지게 마무리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로 다시 가는 것은 신중히 생각하기로 했어요. 가족들이 어찌나 말리는지….”
입사 15년차 김 과장이 하는 일은 생산설비 구석구석을 2000곳으로 나눠 점검한 다음, 3개월간 시운전 하는 것이다. “해외 현장에 나가기 전에 별 말을 다 듣습니다. 말라리아가 창궐한다, 에이즈로 사람들이 다 죽어간다 등 말이죠. 하지만 정작 가보면 그곳에는 20년 넘게 건설 일 해온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그는 “국외 현장 노동자들은 질병이나 음식보다 외로움을 어떻게 견디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라며 “마음 단단히 먹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내가 일했던 나이지리아 현장은 예전 반군의 농사터였다”며 “가는 곳에 대한 깊은 이해도 필수조건”이라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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