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증권가에서는 대우건설 인수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흘러나왔다.
시장가치의 두 배가 넘는 인수가격을 제시하는 바람에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오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차입에 의존할 경우 금융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22일 대우건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금호그룹이 제시한 대우건설 인수금액은 총 6조6천억원으로 주당 2만7천원 수준이다. 이날 대우건설 종가인 1만3천300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가격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덕분에 금호그룹이 인수협상 우선권을 갖게 됐지만 높은 인수가격 때문에 앞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밀실사 과정에서 인수가격이 떨어진다고 해도 최종 인수대금은 6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윤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금호그룹이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자금은 1조5천억원~2조원 수준으로 나머지 4조원은 차입하거나 재무적 투자자에게 의존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전적으로 차입에 의존할 경우 기존 대우건설 부채까지 포함한 금융비용이 연간 4천억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대우건설의 연간 순이익에 맞먹는 규모다.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것도 높은 인수가격 때문에 만만치 않다.
조 애널리스트는 "매각 제한기간을 2~3년 정도로 설정할 경우 연리 9~10%의 이윤을 보장하지 않으면 재무적 투자자가 참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적 투자자가 연리 9~10%의 수익을 챙기기 위해서는 대우건설 주가가 3만원대에 도달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만약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수익률 보장을 약속한 상황에서 대우건설 주가가 3만원대에 도달하지 못하면 금호그룹은 그야말로 낭패를 당하게 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합병(M&A) 금액이 시장가치의 두 배나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금호그룹의 도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우건설 주가가 그만큼 올라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소식에 전해지기 직전 금호그룹 내 대우건설 인수주체인 금호산업은 전일대비 2.36% 떨어진 1만6천550원에 장을 마쳤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