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국, 집단소송·징벌적 손배제로 엄정 처벌
독점금지법으로 사전에 제한하는 일본식도 검토
범정부 논의기구 마련·관련법률 정비해야
독점금지법으로 사전에 제한하는 일본식도 검토
범정부 논의기구 마련·관련법률 정비해야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음달부터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등 기존 재벌 정책에 대해 본격적인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다. 출총제는 재벌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총수들의 지배권 강화 수단인 순환출자를 막는 유일한 장치라는 점에서 재검토 결과가 주목된다. 공정위는 공시 강화와 소송 강화 등 시장의 사후적 규제를 뼈대로 하는 영·미식 방식과 재벌기업의 진출 업종을 제한하는 사전적 규제의 일본 방식 등을 토대로 해법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영·미, 공시와 집단소송으로 규율=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순환출자 방식으로 이뤄진 재벌이 존재하지 않아 기업 출자를 미리 제한하는 출총제같은 제도를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경제력 집중과 이에 따른 부당행위 등에 대해서는 투명한 공시 체계와 함께 피해자의 집단소송 등 가혹하리만치 엄격한 사후적 규제 장치를 갖추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의 경우 이미 1930년대부터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억제하기 위해 기업출자 지분의 배당에 대해 중과세하고 있다. 나아가 소액주주들의 집단소송제도를 마련해 기업들이 다른 기업에 불분명한 목적으로 출자하는 경우 집단소송의 대상이 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소액주주 피해의 몇 배에 이르는 배상이 가능하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지분을 100% 인수해 소송의 빌미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광선 중앙대 교수(경영학부)는 “순환출자의 폐해를 막기 위한 영·미식 대안이라면 공시 강화와 집단소송 등을 통한 시장의 압력”이라고 말했다.
일본, 진출 업종 제한=기업집단의 순환출자가 존재하는 일본의 경우 기업이 거대 공룡화화는 것을 막기 위해 과거 독점금지법으로 기업집단의 주식보유 총액을 제한했다. 출총제도 이를 본떠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폐해를 막을 수 없어 일본 정부는 지난 2002년 독점금지법을 개정했다. 개정안은 자산총액 15조엔을 넘는 기업집단이 시장규모 6천억엔 이상인 업종에 진출할 경우 이를 4개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사실상 진출 가능한 업종 수를 제한한 것이다. 또 자산 15조엔 이상인 금융회사는 자산 3천억엔 이상인 비금융회사를 갖지 못하도록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본의 기업집단들은 총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정부 차원 대안 마련해야=전문가들은 영·미식의 경우 집단소송제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 법적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고 법원의 판결도 합리적으로 이뤄진다면 대안 마련에 참고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사후적 규제 장치가 도입되려면 법무부, 재경부, 금융감독기구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적 논의기구가 마련돼야 하며, 공정거래법 개정만이 아니라 관련 법률들이 함께 정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사후적 규제 장치가 완비되기 전에 출총제를 없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경제학)는 “영·미식의 사후적 규제를 고민한다면 공정거래법은 물론 회사법 및 금융 관련법들을 연계해서 개정해야 실효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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