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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필진] 한-미 FTA, 정부의 태도가 문제다

등록 2006-07-10 14:11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회원과 학생들이 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미국 쪽 협상단의 입국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영종도/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회원과 학생들이 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미국 쪽 협상단의 입국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영종도/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요즘들어 한-미 FTA 졸속추진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PD수첩의 보도와 경제학자 200여 명의 집단반대성명이 여론에 불을 붙인데 이어, 2차 본협상이 시작되는 10일부터는 대규모 항의집회가 벌어질 예정이다. 정부로서는 속이 탈 만도 하다. 그러나 누구를 탓하겠는가. 문제의 원인은 정부 자신에게 있었던 것을.

정부 자신의 성급함과 오만함이 대중적 반발의 핵심원인이다. 정부는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라 이야기하면서도 실제로는 독단적인 밀어붙이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대체 제대로 된 연구 한번 없이 무턱대고 협상개시 선언을 해놓고 철저한 준비를 했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온당한가. 몇년 전부터 ‘구상’을 시작한 것이 준비를 해왔다는 근거가 될 수 있는가. 올해 이전에 실증분석자료는 하나도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말이다.

협상개시 선언 이후 자료들을 만들어내 보았자 그게 무슨 소용인가. 자료를 자세히 검토할 새도 없이 빠른 속도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말이다. 더군다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국회의원들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정부를 신뢰하란 말인가.

비판론자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전혀 귀담아듣지 않고, 모든 비판을 쇄국주의로 매도하는 오만함도 문제다. 비판 또한 하나의 의견으로서 존중할 자세가 안 되어있는 정부의 ‘눈 먼 시각’이 두렵기만 하다. 국정브리핑의 인터뷰 조작에 대해 진지한 사과조차 없는 ‘눈 먼 시각’은 ‘외눈박이 시각’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

또한 오로지 한-미 FTA만을 고집해야 할 필요가 없는데도 그토록 한-미 FTA에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협상이 결렬되면 대외신인도가 하락하고 한-미 동맹에 금이 간다고 위협하면서, 한편으로는 국익을 해치는 협상은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기만적이다.

현재 한-미 FTA에 대한 참여정부의 태도는 마치 ‘정부가 어련히 알아서 잘 할테니 뒤에서 군소리말고 응원이나 제대로 하라’는 식이다. 국회도 국민도 순종적인 구경꾼으로 만드는 그런 태도는 ‘어린 백성’을 대하는 전제군주의 태도와 다를 바 없다. 사정이 이런데 국민들이 불안해하는게 오히려 당연하다.


일부 반대단체들의 ‘선동’ 때문에 한-미 FTA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 아닐 수 없다. ‘폭력시위 엄단’ 운운하며 한-미 FTA 반대로 기울고 있는 평범한 국민들을 겁주어 보았자 아무 소용도 없다. 그들은 이제 비로소 한-미 FTA의 중대성을 깨닫고 있는 것이다.

지금 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반성과 열린 자세이다. 타결이 늦춰지더라도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국민 다수가 원하지 않는 협정은 타결을 거부한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그런 신뢰없이 지금처럼 무리하게 한-미 FTA를 추진하다가는 엄청난 혼란과 반발, 심지어는 사회적 격변을 피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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