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사이트 ‘첫눈’ 장병규 대표
세이클럽 등 손대는 사업마다 ‘대박’
‘첫눈’ 310억 차익…직원 고용보장도
직원 60명에게 2억여원씩 나눠주기도
‘첫눈’ 310억 차익…직원 고용보장도
직원 60명에게 2억여원씩 나눠주기도
Econo 사람/인터넷 업계 미다스의 손
최근 그는 큰 일을 해치웠다. 지난해 40억원을 투자해 만든 회사의 경영권을 지난달 350억원에 넘겼다. 그리고는 춘천으로 예비군 훈련을 떠났다. 1천억원대 재력가지만 병역 의무에서는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일 뿐이다.
지난 8일 만난 검색사이트 첫눈의 장병규(33) 대표는 ‘거부’라는 평가에 부담감을 표시했다. 그는 “주식 가치는 항상 오르고 내리기 때문에 지금 큰 부자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그만한 자산가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그는 벤처업계에서도 몇 안되는 성공한 기업인이다. 20대 시절부터 네오위즈 나성균 대표와 함께 원클릭(인터넷 접속 프로그램), 세이클럽(인터넷 커뮤니티), 피망(게임포털) 등을 만들어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그렇게 쌓인 재산이 수백억원. 이번 매각대금을 합하면 1천억원에 가깝다. 한마디로 인터넷업계에서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을 이룬 미다스의 손이다.
장 대표는 “그저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카이스트 출신으로 전산과에서 배운 모든 지식이 검색 사업으로 드러날 수 있었고, ‘검색 사이트’ 창업을 통해 꿈을 이룰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지금은 유망 비지니스를 보는 눈이 생긴 정도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장 대표의 다음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그는 당분간 창업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일단 엔에이치엔과의 인수·합병에 전념하고 이후 ‘엔젤 투자자’로 변신하거나 안철수 박사처럼 공부를 더 할지를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디지털 카메라의 유행으로 싸이월드가 성공한 것처럼 1~2년 안에 동영상 붐이 일어 관련 사이트가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영상’이 앞으로 주요한 화두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장 대표는 “대형 포털사이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다윗’을 출현하길 기대하는 사람들의 뜻을 저버린 부분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면서도 “기업의 수장으로서 직원들에게 고용을 보장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도 바람직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몸값을 올리기 위해 막판까지 협상을 벌였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어떤 경우에는 아침, 점심, 저녁에 서로 다른 업체를 만나 금액과 고용승계 조건을 조율하기도 했다. 실제로 엔에이치엔보다 20% 가량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외국 업체도 있었다. 그러나 첫눈 창립 때 목표로 했던 ‘해외진출’이라는 공동의 목적 때문에 엔에이치엔을 선택했다. 첫눈이 보유한 ‘스노우랭크’라는 검색기술이 해외시장 진출에 적합했던 것이다.
장 대표는 경영권 매각으로 생긴 350억원을 혼자 챙기지는 않았다. 직원 60명에게 인수금액의 30%가 넘는 100억원을 돌려줬다. 직원들은 이제 첫눈이 위치한 강남 대신 엔에이치엔이 있는 경기도 분당으로 출근하고 있다.
그는 “이번 인수·합병이 벤처기업의 또 다른 성공 사례로 남았으면 한다”며 “회사를 꼭 크게 키워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큰 수익을 남기는 것도 성공”이라고 말했다. 또 “대기업에 들어가려고만 하지 말고 벤처기업에도 도전해볼 필요가 있다”며 “실패하더라도 오히려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남는 장사’가 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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