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 지분 매입으로 경영권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 사원들은 해운.건설 분야에 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대체로 공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사보팀이 최근 남녀 직원 1천196명을 대상으로 '회사와 나'에 대해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10명 중에 4명 정도가 해운.건설 분야를 현대중공업에 적합한 신규 진출 분야로 꼽았다.
'우리 회사가 진출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신규 사업분야는'이라는 질문에 에너지 분야가 30.3%(362명)로 가장 많았으며, 해운이 22.1%(264명), 건설이 18.7%(224명)로 각각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응답자의 41.1%(492명)는 '우리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에 대해 '신규사업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답해 조선업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에너지.해운.건설 분야의 진출이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에너지 분야는 현대중공업이 그동안 장기간 진출을 검토해왔던 사항이라 새로울 것이 없지만 해운과 건설은 최근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 지분을 대량 매입한 데 이어 하반기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직원 상당수가 신규 진출 분야로 꼽았다는 점에서 의미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조선, 해양, 플랜트, 엔진기계, 건설장비 등의 사업을 펼치며 재계 10위 안에 포진해 있지만, 향후 해운을 인수해 조선과 수직 계열화를 이루고 건설을 합병해 해외 인프라 확장에 투입한다면 완벽한 포트폴리오를 갖출 수 있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직원들은 그동안 현대상선 지분 매입 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을 하지 않았는 데, 이같은 설문 조사를 통해 회사 내부에 해운.건설 분야 신규 진출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음을 엿보게 했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은 현대그룹 계열사 소속이지만 현대중공업그룹에 지속적인 선박 발주를 통해 이미 우호 관계를 다져왔다면서 조선.해운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측은 "현대상선 지분 매입은 투자 목적이라는 것이 우리측의 일관된 입장"이라면서 "우리가 현대건설 인수전에 나선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데, 이것 또한 아직까지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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