ℓ당 1289원 사상최고…휘발유값의 83%
농민 등 시름늘어…“이젠 숨고르기 할때”
농민 등 시름늘어…“이젠 숨고르기 할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는 박준석(34)씨는 요즘 차만 보면 걱정이 앞선다. 6개월 만에 경유값이 10% 이상 올라 차량 유지비가 예상을 훨씬 초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연비가 좋다지만 경유값이 너무 무섭게 올라 주중에 차를 쓰기가 겁부터 난다”고 말했다.
경기도 하남에서 비닐하우스 재배를 하는 김동만(46)씨도 마찬가지다. 비록 면세유 혜택이 있지만 면세유 가격 자체가 오르고 그나마 공급량을 제한하고 있어 겨울 난방비와 경운기 기름값을 계산해보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하소연 한다.
경유값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11일 한국석유공사 등의 자료를 보면 7월 첫째주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1리터당 1289.32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올해 초 1144.45원에 비해 무려 12.65%나 오른 가격이다. 국제 원유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데다 7월1일부터 경유에 붙는 교통세 등 관련 세금이 1리터당 52원씩 올랐기 때문이다. 휘발유 가격은 올해 초 1460.36원에서 1539.07원으로 5.3% 오르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경유를 사용하는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경유 가격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오르는 만큼 속도조절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경유가격의 가파른 상승세는 애초 정부의 목표치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정부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경유 가격을 점진적으로 인상한다는 방침 아래 휘발유값 대비 경유값의 비율을 올 하반기 80%, 내년 하반기 85%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국제 원유가격 상승분에 세금 인상이 겹치면서 7월 경유가격은 목표치(휘발유 가격의 80%)를 훨씬 뛰어넘는 83.77% 수준까지 상승했다. 서울 지역은 그 비율이 86.1%까지 올라갔다. 산업연구원 조철 연구위원은 “유가보조금을 감안해도 현재의 상승 추세로는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원래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있는 만큼 이젠 숨고르기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현재 경유차량은 575만대며, 이 가운데 버스, 트럭, 특수 차량(레미콘, 트레일러 등)의 비율은 75%인 369만대다. 정부는 영업용 화물차량과 버스에 유가보조금을 지급하고, 농민들에게는 면세유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경유가격 인상의 충격을 완화하려 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박정상 화물연대 선전부장은 “3년 전과 비교해보면 보조금이 오른 것보다 경유값이 훨씬 더 올랐다”며 “경유가 700원이던 시절에 유가보조금 안받는 것과 1200원하는 기름값에서 200원 보조받는 것 가운데 어떤 게 더 힘들겠느냐”고 반문했다. 조남국 농협중앙회 자재부 차장은 “경운기(10마력) 한대당 340리터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나머지 부족분은 개인이 높은 가격에 구매해서 쓰고 있다”고 말했다.
글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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