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스 우스캉가 멕시코 국립자율대학교 교수가 11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 앞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집회에 참석해, 1992년 미국과 멕시코가 맺은 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인해 민중들이 고통받은 현실에 대해 밝히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소수 기업·상류층만 혜택봐
한국, 멕시코 사례서 배워야
한국, 멕시코 사례서 배워야
방한한 우스캉가 멕시코 국립자치대 교수
한국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서 모범 삼을 나라가 하나 있다. 멕시코다. 1992년 미국과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했다. 지난 14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멕시코 교수가 한국까지 찾아와 설명했다.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많은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 카를로스 우스캉가 멕시코 국립자치대 교수의 말이다. 11일 오전 11시, 서강대 이냐시오관에서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 등이 주최한 심포지엄 자리였다. 우스캉가 교수는 “체결 당시엔 ‘미국 사람처럼 잘 살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지만, 이젠 ‘미국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게 멕시코인의 유일한 꿈이 됐다”고 말했다.
그 출발은 한국과 비슷했다. “정치 주도권을 장악한 관료집단이 새로운 국가발전 모델을 찾고 미국을 통해 세계시장으로 나가자고 역설했다. 당시 카를로스 살리나스 대통령은 ‘잃을 것은 없고 얻을 것은 모든 것’이라고 선전했다.” 국민들의 여론도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해외투자가 들어오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믿었다.”
실제로 변화가 생겼다. 일부 거시경제 지표의 곡선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대미수출이 늘었고 해외투자도 늘었다. 우스캉가 교수도 이를 인정했다. “다만 그 성과는 극소수 기업과 상류층만의 몫이었다. 대신 극심한 빈곤문제가 사회화됐고 실업자들은 미국으로 이민갔다. 지금 미국에 사는 멕시코인이 1100만명이다. 전체 인구의 10%다.”
우스캉가 교수는 “(협정의 효력이 발생하자마자) ‘제1세계’가 되겠다던 멕시코인의 꿈이 삽시간에 무너졌다”고 말했다. 멕시코 산업의 경쟁력은 향상되지 않았다. 멕시코 농업은 자급 기반을 완전히 잃었고, 멕시코 금융시장의 99%는 해외자본이 차지했다. “멕시코 젊은이들은 이제 어떻게 하면 미국에 이민 가서 미국인이 될 것인지 꿈꾼다.” 우스캉가 교수는 “멕시코의 사례로부터 무엇을 배울지 한국인들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점에 한해 멕시코는 한국의 모범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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