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사관학교’ 홈플러스 목천센터 가보니
납품 예정시간 일찍 와도 돌려보내
출고-대기 가려내 비용 최소화
영국 본사도 국방부도 ‘따라 배우기’ 충남 천안에 있는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목천물류센터에는 납품 물량의 수를 세는 ‘검수’ 과정이 따로 없다. 납품차량은 정해진 입고 게이트에 짐을 풀고 컨베이어 벨트에 얹기만 하면 ‘작업 끝’이다. 바코드가 부착된 물품들은 차례로 첨단 ‘자동분류시스템’으로 넘어가 검수 및 분류 작업이 이뤄진다. 5개 방향에서 사진을 찍어 정지영상을 판독하는 과정을 거치면 납품 숫자는 물론 어느 매장으로 보낼 물품인지가 확인돼 그대로 분류된다. 이 방식은 1000개 중 2개 정도 판독 에러가 나올 정도로 정확하다. 이 때문에 납품업자 사이에서는 “목천물류센터에는 대충 싣고가기만 하면 된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계획보다 많이 들어온 물품은 다시 납품업체로 회송된다.
지난 7일 방문한 목천물류센터는 이런 첨단 시스템 탓인지 4만5천평 부지에 건평이 축구장 7개 반 크기(1만6600여평)인데도, 일하는 직원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전 직원이 320명으로 교대 근무를 감안하면 하루 140명이 14만 상자를 처리한다는 게 물류센터쪽 설명이다. 지게차 3500대가 움직여야 나를 수 있는 분량이다.
또 다른 두드러진 특징은 납품 예정시간에서 ±30분을 넘으면 물건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서 물건이 너무 일찍 와도 받지 않는다. 국내 정서로는 이해하기 힘든 조처여서, 처음에는 납품업체 반발이 컸다. 하지만 점차 계획적 물류 운용이 가능해지면서 납품업체들의 반응도 좋아졌다. 또 납품 차량이 들고 나는 시간까지 체크해 불필요한 과정을 생략한 끝에 초기 106분이던 회차 시간이 이제 75분까지 줄었다. 줄어든 시간과 비용만큼 관련 업체들의 경쟁력은 올라가게 되는 셈이다.
목천센터는 3년 전 영국 테스코 본사가 설계해 지었지만, 자체적인 시스템 개선을 통해 영국 본사가 오히려 벤치마킹하는 경쟁력 있는 물류센터로 자리잡았다. 외부 경쟁업체는 물론 군 관계자들에 이르기까지 찾는 ‘사관학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검수 과정에서 당장 배송해야 할 물품과 일정기간 보관할 물품을 가려내 처리하는 크로스 도킹(cross docking) 시스템은 영국 본사가 배워갈 만큼 뛰어나다는 게 회사쪽 설명이다. 대부분의 물류센터들이 일단 보관 뒤 배송하는 데 견줘 배송 물량을 따로 분류해 보관 물량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이다. 물론 관리 비용도 크게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목천센터는 또 작업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40여가지 지표를 만들고 매일매일 점검을 통해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노력 때문에 3년 전에 견줘 1인당 처리능력이 시간당 50상자에서 100상자로 늘었지만, 인력은 처음 문을 열었을 때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게 회사쪽 설명이다. 양재훈 목천센터장은 “유럽 테스코의 30여개 물류센터 가운데서도 목천은 효율성이 높은 최상위권에 속한다”며 “유럽 테스코의 물류센터장이 줄줄이 목천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올 초와 지난 6월에는 해군과 공군 관계자를 비롯해 국방부에서도 목천센터를 방문해 군대에서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타진했다. 목천센터의 취급 물품 수가 3만~5만가지인데 견줘 군대에서는 그 가짓 수가 무려 20여만개에 이르는 만큼 물류시스템 개선 필요성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윤현기 삼성테스코 상무는 “구매-물류-판매로 이어지는 유통 흐름에서 물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핵심 분야”라며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당장 돈이 안되더라도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출고-대기 가려내 비용 최소화
영국 본사도 국방부도 ‘따라 배우기’ 충남 천안에 있는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목천물류센터에는 납품 물량의 수를 세는 ‘검수’ 과정이 따로 없다. 납품차량은 정해진 입고 게이트에 짐을 풀고 컨베이어 벨트에 얹기만 하면 ‘작업 끝’이다. 바코드가 부착된 물품들은 차례로 첨단 ‘자동분류시스템’으로 넘어가 검수 및 분류 작업이 이뤄진다. 5개 방향에서 사진을 찍어 정지영상을 판독하는 과정을 거치면 납품 숫자는 물론 어느 매장으로 보낼 물품인지가 확인돼 그대로 분류된다. 이 방식은 1000개 중 2개 정도 판독 에러가 나올 정도로 정확하다. 이 때문에 납품업자 사이에서는 “목천물류센터에는 대충 싣고가기만 하면 된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계획보다 많이 들어온 물품은 다시 납품업체로 회송된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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