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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거꾸로 가는 현대그룹 지배구조

등록 2006-07-17 11:33

‘엘리베이터→상선→택배’ 순환출자 고리 형성
‘상선 지분’ 외국업체 편법 거래
지주회사 규제 회피 “공정거래법 위반 여지”
현대그룹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택배→현대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후진적 순환출자 구조를 이뤄, 계열사 자금으로 총수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재벌의 구태를 재연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 외국인 주주와의 편법적인 주식거래를 통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제도를 빠져나가 정부의 재벌 소유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무력화시켰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후진적 순환출자 구조=현대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11일 자기주식 12.07%를 비상장 계열사인 현대택배에 팔았다. 또 갖고 있던 현대택배 지분 18.7%를 계열사인 현대상선에 넘겨, 현대상선의 현대택배 지분이 48.78%로 늘어났다. 이로써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택배→현대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이뤄졌다. 재벌의 순환출자는 총수가 적은 지분만 갖고서도 계열사 돈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문제점 때문에, 재벌 소유지배구 개선의 핵심과제로 꼽혀왔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에 대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용”이라고 밝혔으나, 시장에선 총수일가의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해석한다. 물류회사인 현대택배는 현대엘리베이터와 아무런 사업 연관성이 없다. 주식인수를 통해 별다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현대택배는 총수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 6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쓴 것이다. 반면 현정은 회장은 이번 주식거래를 통해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현 회장이 직접 보유 중인 현대상선과 엘리베이터 지분은 각각 1.67%와 3.92%에 불과하다. 현대택배 지분은 단 한주도 없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재벌의 순환출자 구조를 개선해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 시장의 요청인데, 오히려 순환출자 구조를 새로 만든 것은 총수 일가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깎아 먹은 행위”라고 지적했다.

지주회사 규정 회피=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4일 현대상선 지분 10.02%를 보유한 케이프포춘과 파생상품 거래계약을 맺었다. 계약에 따르면, 케이프포춘은 지난 5월9일 이후 유상증자 참여 등으로 새로 취득한 현대상선 지분 2.26%를 2007년말까지 팔지 않기로 했다.

또 이 지분을 현대엘리베이터와 공동보유로 신고해, 사실상 의결권 행사는 현대의 뜻에 맡겼다. 대신 현대엘리베이터는 케이프포춘의 주식매입 자금에 대해 연 7.5%의 복리이자를 보장해주기로 했다. 케이프포춘이 기존에 갖고 있던 나머지 현대상선 지분 7.76%도, 현대엘리베이터 등과의 계약을 통해 2007년말까지 매각을 제한했다. 의결권은 역시 현대엘리베이터의 뜻에 따라 행사하기로 했다. 좋은지업지배구조연구소는 “현대엘리베이터는 사실상 차입을 통해 현대상선 지분을 취득하고, 케이프포춘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이런 편법계약을 맺은 것은 총수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는 케이프포춘이 갖고 있는 현대상선 주식을 사들여야 하지만, 그럴 경우 현대상선 등 계열사 주식가액이 전체 자산의 50%를 넘게돼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에 걸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지주회사 요건에 걸리면 현대상선 등 상장계열사의 지분을 30% 이상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고, 현대상선은 금융자회사인 현대증권의 지분을 팔아야 하는 등 현대로서는 곤경에 빠지게 된다.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택배 주식을 현대상선에 넘긴 것 역시 지주회사제 적용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6월14일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참여해 455만주를 637억원에 인수하면서, 자산총액 중 자회사 주식가액 비중이 50%를 넘게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한겨레〉 6월20일치 23면 참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지주회사 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케이프포춘과 옵션계약을 맺었으나,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주식보유 기준은 명의와 무관하게 실질적 소유관계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현대의 옵션거래가 위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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