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이 20일 별세한 가운데, 조카인 정몽준 의원과 조카 며느리인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간 상중(喪中) 만남이 이뤄질 지 관심을 모우고 있다.
또한 이번 상(喪)을 계기로 최근 경영에 복귀한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두 사람의 만남과, '범현대가'가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에 대해 어떤 의견을 교환할 지도 주목된다.
두 사람은 지난 5월 고인의 동생인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1주기 제사 때 정 명예회장의 성북동 자택에서 조우했지만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황을 지켜봤던 현 회장의 장녀 정지이 현대UNI 실장은 "당시 두 분이 만나기는 했지만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대화를 나눌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 회장은 다음날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장남 원태씨의 결혼식장에 하객으로 참석했다 기자들을 만나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상선에 대해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으며, 이는 개인(정 의원)의 욕심에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잘 해결될 수도 없다"고 언급, 시동생에 대한 좋지 못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다.
정세영 명예회장의 제사 때는 경영권 분쟁이 막 터져 나와 양측이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지만, 현대그룹이 그동안 꾸준히 우호지분을 확보해 현재로선 현대상선이나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이 위협받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현대중공업그룹측도 현대그룹이 적대적 M&A 의혹을 제기한 직후부터 줄기차게 "현대그룹의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으며, 고객사 확보와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한 투자일 뿐"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두 사람은 현재로선 현대상선 경영권 문제와 관련해 싸울 거리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분쟁 과정에서 양측의 감정의 골은 깊어질대로 깊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상가집에서 조우해 어떤 대화를 나눌 지 주목된다.
이와 함께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최근 보석으로 풀려난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참석 여부와 현 회장과 정 의원 등과의 만남도 관심을 끌고 있다.
한때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상선 지분 매입은 "현대그룹을 정씨가 계승해야 한다"는 범현대가의 보이지 않는 '동의'가 있었고, 그 중심에 정몽구 회장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지만 정 회장은 아직 이에 대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현대가 관계자는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과 정몽구 회장의 구속 등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했지만 이제는 어려운 상황도 많이 지나간만큼 가족들이 갈등을 봉합해야 할 때"라며 "하지만 대부분 가족내 다툼에 개입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해 이들이 의견을 모으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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