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금융수요 늘어 기회
모든 건 실적으로 말할 것
모든 건 실적으로 말할 것
홍콩 우리투자은행 현상순 대표
우리은행 투자은행(IB)사업단의 현상순 팀장에게는 홍콩 거리가 서울보다 오히려 낯익은 곳이다. 지난 5년 동안 해마다 20~30차례씩 홍콩을 오갔다. 적립된 마일리지만도 50만 마일. 얼추 지구를 스물다섯바퀴 정도 돈 거리다. 그곳에서 그는 전세계 금융시장의 이른바 ‘선수’들을 만난다. 아직도 국내 금융기관들에겐 낯선 투자은행(IB) 업무가 그의 일이다.
다음달 1일 현 팀장은 그간 간직했던 꿈을 펼치기 위해 아예 홍콩으로 거처를 옮긴다. 그의 새 명함에는 홍콩우리투자은행 대표 글자가 박혀 있다. 홍콩우리투자은행은 우리은행이 국내 최초로 국외에 설립하는 투자은행이다.
“50년 역사 속에서 우리나라 산업은 자동차, 정보통신, 조선 등에서 세계적 기업을 길러냈습니다. 그런데 금융산업만은 해외진출은커녕 안방마저 외국계에 내주고 있지 않습니까?” 어느 분야보다도 우수한 인재가 금융산업에 뛰어들었지만, 그 성적표는 초라하기 이를데 없다는 게 그의 불만이다. 그 불만은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날리는 ‘토종’ 투자은행을 일궈보겠다는 도전으로 이어진다.
“금융산업이 발전하지 못한데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영을 해내지 못한 탓이 커요.” 외환위기라는 직격탄을 맞으며 국내 금융기관들도 체질개선을 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아직 대다수 금융기관들의 해외업무는 국내기업 지점이나 교포 상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해외무대에서 당당히 겨뤄봐야죠.”
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몸집도 큰 국내 은행들의 승부처는 투자은행이라는 게 그의 확신이다. 그가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는 시장은 아시아, 브릭스, 중동부 유럽, 그리고 중동이다. 사회간접자본 수요가 크게 늘어난데 발맞춰 금융수요도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이나 런던에 가서 화려하게 데뷔할 수도 있지만 그곳은 투자도 많이 해야 하고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만큼 모든 건 실적으로 평가받겠다는 게 그의 각오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수많은 고객들과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는 건 소중한 자산이다. 통상 해외점포를 내면 2년 정도는 지나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지만, 그는 당장 올해부터 수지를 맞출 생각이다. 2003년 우리은행이 IB사업단을 만들 당시부터 깊숙이 관여해 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에서 좋은 실적을 쌓아온 것도 자신감의 배경이다. 투자은행의 성공요인으로 신용과 평판을 꼽는 그는 큰 기대를 한몸에 받고 선두에 나선만큼 꼭 좋은 소식을 전하리라 다짐했다.
글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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