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자본이 금융업 잠식할 가능성 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실익이 일부 국내 산업자본한테만 돌아가고 금융분야에는 부정적 효과만 남길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 김동환 연구위원은 23일 〈주간금융브리핑〉 최신호에 실은 ‘경제개방의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출총제 및 금산법 완화·폐지를 앞당기는 촉매로 작용할 경우 국내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며 “이럴 경우 실익은 일부 국내 산업자본한테만 돌아가고 그 폐해는 은행·노동 쪽에 파급된다”고 지적했다. 이미 국내 비은행금융회사의 상당 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산업자본이 대형 금융투자회사 설립 및 지급결제업무 참여를 통해 국내 은행의 업무영역을 잠식할 것이라는 것이다. ‘금산분리’ 체제가 무너질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그는 이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사이의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우리 경제는 구조조정과 노사분규에 휘말리고, 농업과 교육서비스, 공공부문에 대한 개방 압력도 더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동북아금융허브나 자본시장통합법이 예정대로 구축·제정될 경우 굳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지 않더라도 이를 추진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국내 산업자본을 외국자본에 대한 대항마로 키워야 한다는 명분은 현실적으로 큰 근거가 없고, 실리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외국계 금융기관 대주주에 대한 적격성 심사 강화 등 국내자본과 외국자본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조성해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부정적 효과를 미리 방지해야 한다”며 “농업 및 교육서비스, 공공부문 등의 발전과 생존을 위한 구조개혁을 단행하는 등 경제개방을 위한 기초 여건을 마련한 뒤에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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