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주역들 국외로 눈돌리고
3,500,000달러→300,000,000,000달러
“섬유·가발에서 움튼 수출 한국의 꿈 반도체·자동차로 영근다”
통계 확인이 불가능한 1945년을 빼면 올해는 한국수출 60년이 되는 해다. 28일 한국무역협회가 창립 60돌을 맞아 공로패를 수여한 경방(50년대 면직), 대화(60년대 가발), 성창기업(70년대 합판), 대우인터내셔널(80년대 의류), 삼성전자(90년대 반도체), 에스제이엠(2000년대 자동차부품) 등은 그동안 수출한국을 이끈 주역들이었다. <한겨레>가 이들 업체를 전화 설문한 결과, 사양산업으로 알려진 면직, 가발, 합판, 의류 쪽은 국외진출 및 주력상품 변경으로 활로를 뚫고 있었다. 또 이들은 반도체 수출 호황과 더불어 최근 자동차부품이 새로운 수출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경방과 성창기업은 주력상품 변경으로 탄탄한 장수기업으로 거듭났다. 1919년 설립된 경방은 면방직에서 화섬 및 마이크로 제품으로 방점을 옮겼다. 또 홈쇼핑과 경방어패럴을 운영하며 사업을 다각화했다. 1977년 수출 4천만달러를 돌파하며 합판수출을 주도한 성창기업은 싱크대와 마루판 쪽 매출이 중심인 회사로 변했다. 이 회사의 송세균 상무는 “70년대 정부가 수출드라이브로 금리지원 등에 나서며 생산 합판의 80%를 수출했다”면서 “오일쇼크 뒤에는 내수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했다”고 회상했다.
한국인 특유의 손재주로 수출 기반을 닦은 가발과 섬유업체들은 생산기지를 국외로 옮기고 국내에선 마케팅과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2월까지 한국공장을 운영했던 대화는 오이엠 수출을 벗어나 1992년 ‘루이 페레’라는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북미의 가발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20년간 대화에서 근무한 이현주 과장은 “한국의 숙련기술자들이 지금은 중국과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품질 및 생산관리자로 활약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1989년 의류수출 8억2000만달러를 달성한 대우인터내셔널은 현재 미얀마,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 4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공장은 고부가 기능성 섬유소재 개발로 특화해 자동차 시트 및 신발용 자재 생산에 주력한다.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상무는 “눈에 보이는 의류수출은 줄었지만, 아직도 한국, 홍콩, 대만 업체들이 세계시장의 주요 공급선으로 활약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수출의 대표선수답게 반도체와 자동차부품 관계자들은 인력양성과 연구개발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경우 10년 이상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경쟁업체인 도시바 등보다 1년 이상 앞서가고 있다”면서 “이공계 기피 현상을 막고 고급인력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 미국, 캐나다, 중국, 독일 등으로 수출길을 넓히고 있는 자동차부품업계는 가격경쟁력을 품질경쟁력으로 바꿔야하는 숙제를 안고 있었다. 엔진 진동 및 소음을 줄이는 벨로우즈 수출로 2년전 ‘2000만불 수출탑’을 받은 에스제이엠의 김훈진 이사는 “아이엠에프로 대기업들이 인수합병 및 구조조정을 겪으며 자의반 타의반 세계시장의 일원이 됐다”면서 “지엠, 포드 등 글로벌업체들이 경쟁격화로 ‘글로벌 소싱’에 나서며 타이밍이 맞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외진출을 지속하려면 결국 기술수준을 한 단계 올려 명품업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무역협회는 60돌 생일을 맞아 발표한 신경영전략에 따라 앞으로 5년간 무역기금을 2천억원으로 2배 확대할 계획이다. 이 기금은 연수출 1000만달러 이하 중소기업에 연리 4%로 지원된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김현진 인턴기자(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4학년)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김현진 인턴기자(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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