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뒤 사이클 급격 축소
수출의존형 경제 대외변수 취약
잠재성장률 올릴 근본대책 시급
수출의존형 경제 대외변수 취약
잠재성장률 올릴 근본대책 시급
최근 들어 경기둔화 조짐이 구체화하면서 지난해 2분기부터 상승흐름을 탄 경기가 제대로 활짝 펴보지도 못하고 바로 져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나 민간경제계 모두 부작용이 따르는 인위적 경기부양은 피하면서도 경기하강을 막을 수 있는 묘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기, 피지도 못하고 지나?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보다 0.8% 증가하는데 그친 데다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가 5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경기하강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같은 경기 하강이 일시적 조정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본격적인 침체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정부 쪽은 건설을 제외한 생산·소비·설비투자 부문이 상승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며 일시적 조정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일부 민간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성장둔화와 고유가·원화강세 등의 외부 악재로 인해 경기침체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의 예상이 맞을 지는 앞으로 대외변수들의 향배와 국내 소비심리와 수출에 미칠 영향에 달려있다. 신석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성장 속도가 조정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세계경제의 둔화 폭과 국제유가 움직임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어느 쪽이든 이번 경기상승기의 경우 1999년 벤처 거품, 2002년 신용 거품 때와는 달리 완만히 성장한 만큼 둔화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우리 경제의 경기확장 국면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확장기는 외환위기 이전 평균 34개월에서 위기 이후 21개월로 단축됐다. 만약 앞으로 경기가 계속 하강한다면 이번 확장기는 8~9개월에 불과하게 된다. 국가 경제적으로는 경기확장기가 길면 길수록 좋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센터장은 “경기사이클이 짧아진 건 내수가 침체되고 경기가 수출에 의해서만 지탱되기 때문”이라며 “그러다보니 대외여건 변화에 너무 쉽게 좌우된다”고 말했다.
경기둔화 막을 해법은? 정부는 물론이고 민간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당장의 경기둔화세를 반전시킬 뾰족한 대안을 못내놓고 있다. 대외 변수는 통제 불가능하고, 건설의 경우도 부동산 정책의 기조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손댈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재정이 87조원으로 지난해보다 20조원 많아 경기 보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예산집행도 지난해 하반기보다 2조원 가량 더 많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건설투자에서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그쳐 민간부분의 위축을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단기 부양책은 후유증이 큰 만큼 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보다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근본대책에 힘써야 한다고 말한다. 오석태 씨티은행 경제분석팀장은 “지금 내수부양을 하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긴다”며 “정부는 수출 여건이 급속하게 나빠지지 않도록 신경쓰고 고용 여건 등을 개선해 구조적으로 내수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익 대신증권 상무는 “인적자본과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생산성을 올리고 노사관계를 원만하게 가져가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장은 “교육격차의 해소와 여성·고령층 고용 증진,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잠재력과 역동성이 발휘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 최우성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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