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 매매 계약의 적법성을 둘러싼 예금보험공사와 한화그룹의 공방이 결국 국제 분쟁으로 비화됐다.
예보는 매매 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요구하는 중재를 국제상사중재위원회에 신청했고 이에 한화그룹은 예보에 대해 대한생명 주식의 콜 옵션 의무 이행과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맞중재를 냈다.
따라서 이 문제는 6개월~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중재 판정에 맡겨지게 됐다.
◇ 예보 "대생 매각 무효..중재가 해결책" = 예보는 한화그룹이 2002년 대한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호주계 맥쿼리생명과 맺은 이면계약을 문제 삼고 있다.
한화가 당시 맥쿼리생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대한생명 운용자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자산 운영권을 맥쿼리생명에 주기로 이면계약을 맺고 이를 숨긴 것은 계약 무효 또는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 예보의 주장이다.
한화가 이면계약을 통해 외형상 대한생명 인수 자격을 요건을 갖춰 단독 입찰자가 되는 바람에 다른 투자자의 응찰을 제한했고 결국 대한생명의 몸값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한화는 지난달 예보 보유 대한생명 지분 16%를 주당 2천275원에 추가로 살 수 있는 콜 옵션을 행사했지만 예보는 콜 옵션도 매매 계약의 일부로 중재 대상에 포함된다며 응하지 않았다.
최장봉 예보 사장은 최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이면 계약은 공적자금 회수에 차질을 빚게 했다"며 "중재 신청은 국제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예보로서는 대한생명 지분 51%를 한화에 8천236억원을 받고 팔았지만 정치권에서 헐값 매각 논란이 계속 제기되고 있고 최근 대한생명이 실적 호조와 상장 기대감으로 몸값이 높아진 것도 부담이 됐다는 관측이다.
◇ 한화 "법적 하자 없다" = 한화는 대생 인수에 법적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대법원이 한화의 대생 인수 과정에 법적 문제점이 없었다고 최종 판결한데서도 드러났다는 것이 한화의 주장이다.
한화는 기존 계약이 합법적이었기 때문에 계약 내용을 수정하거나 콜옵션 가격 조정이 불가능하고 당초 계약대로 주당 2천275원에 대생 주식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화는 예보의 콜 옵션 의무 이행과 대내외 이미지 실추, 주가 하락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맞중재를 내 양측의 갈등이 더욱 커지게 됐다.
◇ 중재 판정에 달려 = 매매계약서상 문제가 있을 경우 국제 중재를 통해 해결하도록 돼 있고 예보와 한화의 입장차도 커 중재 신청이 도중에 취하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중재의 성격을 감안할 때 국제상사중재위원회가 예보와 한화중 어느 한쪽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기보다 양측의 입장을 반영한 중재안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내에서도 대생 매매 계약의 원천 무효는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예보는 이런 점을 알고 있다.
예보 관계자는 "중재는 법원과 달리 타협 등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이라고 말해 콜 옵션 가격의 상향 조정 등 이면계약에 따른 손실 보상에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현경숙 김문성 기자 kms1234@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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