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텔레콤이 지난 7월24일 새로운 개념의 티브이포털 서비스인 하나티브이의 상용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사업전략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병무 사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참석자들에게 하나티브이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방송위 “방송”-정통부 “인터넷” 관활권 놓고 티격태격
유선방송선 “서비스 중단을”…첫 융합회의 난항 예상
유선방송선 “서비스 중단을”…첫 융합회의 난항 예상
아이피티브이(IPTV) 도입을 논의할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의 18일 첫 회의를 앞두고 통신가와 방송가의 전초전이 시작됐다. 한국케이블티브이방송협회는 4일 “하나로텔레콤이 지난달 24일 상용화한 티브이포털 서비스 ‘하나티브이’는 방송법상 허가 없이 진행되는 불법 방송”이라며 “형사고발은 물론 서비스 중단 가처분 신청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협회는 전날 방송위에 법적 제재를 요구하는 건의문을 보냈다. 이런 논란은 아이피티브이의 주도권 다툼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하나티브이는 통신망으로 드라마·뉴스 등 2만2천여편의 프로그램을 골라 보는 서비스인데, 정보통신부에 초고속 인터넷의 부가서비스로 이용약관을 신고했다. 이는 케이티가 2004년 상용화한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 ‘홈엔’과 비슷하지만, 사업 모델과 마케팅 방식이 방송업계를 자극하면서 갈등으로 이어졌다. 방송위 관계자는 “하나티브이는 방송으로 봐야 한다”며 “아이피티브이 논의가 시작되는 마당에 통신사업자가 유사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것은 정책 논의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경계했다. 케이블 업계는 하나티브이가 조만간 지상파 수신 기능까지 추가해 방송과 한층 비슷해지는 점을 우려한다. 또 2년 동안 1만명을 가입시킨 홈엔과 달리 열흘 만에 2만명 가까운 회원을 확보한 것도 자극 요인이다. 게다가 데이콤 등이 연내에 비슷한 시범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로텔레콤은 하나티브이가 편성을 하지 않는 등 방송과는 다르다고 반박한다. 기술 형태도 실시간 방송이 아니고, 서비스 방식도 드라마는 12시간, 뉴스는 1시간 시차를 둔다는 것이다. 케이티 역시 자사 서비스 홈엔의 방송 편입은 무리한 주장으로 보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주문형 비디오를 방송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라며 “법적 제재를 정말로 거론한다면 차라리 법정에서 한번쯤 시비를 가려보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무기관인 방송위와 정통부의 미흡한 대응이 이용자 피해를 외면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하나티브이는 올해 초부터 상용화 일정을 밝히고 방송위에 사업설명도 했지만, 방송위는 실무자가 위법 여지를 구두로 경고했을 뿐 명확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 정통부 역시 첨예한 논란 가능성을 방치한 채 사업자의 신고를 수용했다. 결국 티브이포털 서비스는 융합 논의의 화약고로 등장할 전망이다. 방송업계가 형사고발 등 직접 행동에 나설 경우 가입자 피해는 물론 이해관계가 첨예한 두 업계의 대화 경색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