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구조조정 전문 사장 임명… 핵심기술 중국 이전 시작
노조, “고용 약속 파기·기술 유출” 총파업·경영진 고발
노조, “고용 약속 파기·기술 유출” 총파업·경영진 고발
쌍용자동차가 상하이자동차에 인수된 지 1년반 만에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회사 쪽이 강도높은 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갔고, 노동자들은 11일 구조조정 전문가인 새 외국인 사장 선임에 반발해 총파업에 들어갔다. 양쪽의 대립으로 생산 차질이 길어질 경우 2분기 들어 호조세로 돌아섰던 영업실적도 다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새 사장은 구조조정 전문가=쌍용차 노조는 11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 쪽과의 물리적 충돌 끝에 예정보다 사흘 앞당겨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날 주총에서는 필립 머터우 상하이자동차 글로벌사업 총괄부사장이 공동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머터우 신임 사장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일본 이스즈 등을 거친 이로, 2005년 한 외국 잡지에서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50인’으로 꼽힌 거물인 동시에 자타가 인정하는 구조조정 전문가다. 스스로도 6월 한국 기자들에게 “중국을 제외한 일본·영국·미국 등 모든 부임지에서 항상 인력감축을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지엠차이나 사장에서 상하이자동차로 자리를 옮긴 그를 쌍용자동차의 공동대표로 앉힌 것은 예정된 절차로 보인다. 쌍용자동차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1033억을 낸 데 이어 올 상반기 17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자 지난달 10일 968명을 해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체 직원의 12.6%에 해당하는 규모다. 쌍용차가 대규모 적자를 냈지만 영업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21억원 적자, 올해 1분기 255억원 적자에 그쳤으며, 2분기 들어서는 153억원의 흑자를 냈다.
기술유출 논란=노조는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를 인수하며 맺은 특별 노사협약에서 완전고용 승계를 약속했다는 점을 들어 반발하고 했다. 노조는 또 회사가 국내 생산능력을 높이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지난 6월 중국으로 기술을 유출하기 위한 엘-프로젝트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점을 지적한다.
엘-프로젝트란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에 240억원의 라이선스 금액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중국에 엔진공장을 짓고 카이런 디젤 모델을 생산하도록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카이런 생산 기술뿐 아니라 이에 기반해 설계변경으로 만들어질 스포츠실용차(SUV) 모델과 부품까지 10년 동안 제조·유통할 수 있는 포괄적인 계약이라는 점이다. 240억원의 헐값에 쌍용차 디젤 엔진의 거의 모든 노하우를 가져가게 되는 셈이다.
노조의 이규백 교육선전실장은 “상하이차가 헐값에 사들인 기술로 창원 엔진공장을 무력화하고, 기술연구소를 통폐합하며, 중국 쪽과 자동차 부품협약을 체결하는 등 체계적인 기술 유출과 구조조정 계획에 착수했다”고 주장했다. 노조와 투기자본감시센터는 “회사 기술을 중국에 헐값에 이전하려 하고 있다”며 11일 장쯔웨이 대표이사 등 임원 9명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차를 상하이자동차 그룹의 대형 차량 개발의 중심기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히고 있다.
파업 장기화할 듯=노조는 16일 직원과 가족들이 참여하는 파업 선포식을 열고 대체인력 투입을 막고자 모든 조합원들이 평택공장에 모여 숙식을 하는 ‘옥쇄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간이 갈수록 쌍용차의 생산 차질은 커지고 시장에서의 입지도 줄아들 것으로 보인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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