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순환출자로 얽힌 태광그룹
‘장하성 펀드’는 대한화섬을 첫 투자 기업으로 지목한 데 대해, 순자산가치에 견줘,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점을 들었다. 대한화섬이 이런 평가를 받은 이유는 무엇보다 태광그룹 40여 계열사의 거미줄 같은 출자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대한화섬과 태광산업 등을 중심축으로, 5개 금융계열사와 20여개 케이블방송사들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피라미드형 순환출자 구조다. 석유화학업체인 태광산업은 ‘장하성 펀드’가 5.15% 지분을 보유한 화학섬유업체 대한화섬은 물론, 흥국쌍용화재해상보험 등 금융계열사들의 지주회사 구실을 하고 있다. 동시에 티브로드수원방송 등에 출자해 전국 20여개 케이블방송사를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으며, 태광관광개발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은 태광산업 지분 15.14%로 40여개 계열사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내부거래도 활발해 대한화섬과 태광산업의 내부거래 규모는 50%를 넘어섰다. 계열사들 간에 서로 담보를 서거나 자금을 빌려주는 일도 빈번하다. 최근 성인 오락실과 관련해 물의를 빚고 있는 경품용 상품권업체로, 이 회장이 50%, 아들 현준씨가 45% 지분을 보유한 한국도서보급은 방송계열사들과 이 회장한테 최대 100억원대의 돈을 빌려주기도 했다.
펀드 투자고문을 맡은 장하성 고려대 교수(경영대학 학장)는 “현재 대한화섬은 자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않아 청산가치가 더 높고 오히려 폐업을 하는 게 지금보다 더 나을 정도”라고 말했다.
증시에서는 태광그룹의 피라미드식 순환출자구조의 핵심인 대한화섬을 교두보로 해서 태광산업을 거쳐야 지배구조개선 효과가 나올 수 있어, ‘장하성 펀드’가 대한화섬과 태광산업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한화섬과 태광산업은 24일 이틀째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고, 흥국쌍용화재해상보험 주가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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