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문화 포용해 아이디어의 용광로
영국에는 디자인 기업만 4천여개가 성업중이고 이 가운데 절반인 2천여개가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다. 런던에 사는 사람 열에 한명은 디자인이나 연극, 문학 등 크리에이티브 산업에 종사하고 있을 정도로 아이디어로 먹고사는 비중이 높다. 이런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매출은 영국 국민생산의 8%를 차지한다.
산업혁명의 발원지인 영국에서 이처럼 크리에이티브산업이 발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30년 전통의 디자인 기업 스몰프라이의 크리스 포먼 마케팅 이사는 “300여개 언어가 사용될 정도로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가감없이 받아들이는 영국의 전통이 가장 큰 재산”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전세계 문화가 뒤섞여 새롭게 태어나는 ‘아이디어의 용광로’ 그 자체라는 설명이다. 디자인 산업 육성을 위한 법이나 제도도 까다롭지 않고 세금도 싸다. 유럽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미국이나 아시아의 기업들이 먼저 영국 디자인 기업에 컨설팅을 요청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돈태 탠저린 공동사장은 “1998년 한국 기업과 처음 작업할 때와 견주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로 한국의 디자인이 발전했다”고 말한다. 다만 누구나 휴대전화 디자인을 지망할 정도로 특정 분야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사장은 “영국은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된다”며 “그래야 디자인 역량이 문화적 힘으로 축적돼 장기적으로 좋은 디자인이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조성곤 기자 c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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