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장하성 “투명성 추구 목적 있지만… 돈 버는게 죄인가”

등록 2006-08-29 08:55수정 2006-08-29 19:10

장하성 교수
장하성 교수
[집중인터뷰]
‘장하성펀드’로 증시 소용돌이 장하성 교수

‘장하성펀드’로 불리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KCGF)를 주도하고 있는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지난 23일 태광산업그룹의 대한화섬 주식 5%를 취득한 사실이 알려진 뒤 펀드를 둘러싸고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장하성펀드가 외국투기자본과 차이가 없다거나,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가 수익추구를 하는 펀드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거나, 대주주 지분이 많은 대한화섬 투자는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는 비판성 지적도 쏟아졌다. 장 교수는 28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경영대학에서 <한겨레>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한화섬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투자자들은 신뢰를 갖고 장기투자를 하라”고 당부했다.

지배구조개선펀드 주도 장하성 교수
“대한화섬 응답 안하면 곧 주주권리 행사할 것”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KCGF)를 주도하고 있는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은 28일 “대한화섬 이사회에 우리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요구에 대한 의견을 재차 요청했다”며 “계속 답을 주지 않으면 곧 주주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날 <한겨레>와 단독 인터뷰에서 “이달 초 대한화섬 주식 5% 취득 의사와 지배구조 개선요구가 담긴 편지를 보냈으나 답변이 없어, 이번에는 시한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고 밝혀 이번 주가 사태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이른바 ‘장하성펀드’로 불리는 기업지배구조개선 펀드를 조성해 최근 태광산업그룹 계열 대한화섬 주식에 첫 투자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장 교수는 “1차 목표는 2천억원으로 현재 1200억원이 조성됐지만, 앞으로 성과를 보이면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해 펀드를 5천억~1조원까지 키우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장 교수는 펀드 투자자가 외국자본이라는 비판에 대해 “국내 기관투자가들에 참여를 권유해 왔고 지금도 문호는 열려 있다”며 “참여 의사를 밝힌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여럿 있고, 그 중 한두 곳은 곧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대주주 우호지분이 70%를 넘는 대한화섬을 첫 투자대상으로 택한 것은 펀드가 적대적 인수합병(M&A)과는 전혀 관련이 없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며 “대주주와 싸우기보다 협력해서 기업과 시장, 국가경제 모두에 좋은 윈-윈-윈의 결과가 나오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대한화섬 주식을 태광시스템즈가 추가인수한 것과 관련해 “대주주인 이호진 회장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사실상 개인회사가 펀드의 주식취득 사실을 사전에 알고 주식을 산 것은 내부자 거래 혐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한화섬 등의 주가급등에 대해 “경영권과 거리가 먼데도 주가가 오른 것은 장하성펀드에 대한 시장신뢰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현재의 주식값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한화섬과 태광산업 등 계열사 주식값은 지난 23일 이후 나흘 연속 강세를 보이면서 시가총액이 4천억원이나 급증했고, 장하성펀드도 32억원의 평가차익을 거두었다. 장 교수는 또 “대한화섬 주식을 추가로 사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펀드는 대한화섬이 아니라 그룹 전체를 보고 있다”고 말해 다른 계열사 주식의 취득 가능성을 시사했다.

장 교수는 펀드를 만든 배경에 대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장기적인 가치투자를 통해 지속가능한 가치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펀드는 앞으로 10년, 20년이고 계속 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민사회단체에서 소액주주운동을 한 사람이 펀드를 주도하는 게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 “수익을 추구하면서 공익을 추구하는 게 가능하다고 본다”며 “혹시 일시적으로 이해충돌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같이 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곽정수 김진철 기자 jskwak@hani.co.kr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인터뷰 전문]
“5% 지분이면 경영진 교체 빼곤 다 할 수 있어”
“노동은 열심히 일하는데 자본은 일을 안한다”

 Korea University business school dean and civic activist Jang Ha-sung.
 Korea University business school dean and civic activist Jang Ha-sung.
-시민사회단체인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활동을 하다가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를 주도하게 된 것은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수익을 추구하면 공익에 위배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맞지 않는 말이다. 일반회사도 이익을 추구하지만 사회문화와 법 질서를 존중하는 테두리 안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 이 펀드도 사회책임투자 펀드다. 기업지배구조개선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기업가치(주가)가 올라가면 투자자와 주주에게 이익이 되지만, 궁극적으로 기업구조의 투명성은 사회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출발점이 된다. 이런 과정에서 일시적, 단기적으로 공익과 충돌하거나 방향이 다른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되므로 이런 충돌이 배제되게 될 것이다. 기업지배구조개선은 노동자에게도 이익이 된다. 노·사간 대립·충돌의 이유가 서로에 대한 불신 때문인데, 이는 투명성과 책임성이 없기 때문이다. 사쪽은 정당한 주장을 해도 이런 약점 때문에 제대로 말을 못하고, 노쪽은 개별 노조 이익만 중시하다 보니 다른 노동자들에게 해악을 끼치기도 한다.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되면 이런 것이 사전에 조정된다. 10년간 소액주주운동을 하면서 이해당사자가 피해 본 적은 없었다. 삼성전자, 에스케이텔레콤, 현대중공업 등 상대로 이익 추구 하지 않았고 이해충돌 없었다. 이익추구 하면 이해충돌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은 막연한 비판이다. 기업지배구조나 기업에 대해 전혀 모르기 때문에 가능한 거다. 기업에 어떻게 도움이 되느냐가 중요하다.

-‘장하성 펀드’를 만들게 된 동기는?

=펀드 목표 규모는 2천억원, 현재까지 1200억원 넘게 모였는데, 목적이 돈 버는 거라면 훨씬 키울 자신도 있다. 국내 증권사들도 공모펀드를 만들자는 권유를 아직도 해오고 있다. 규모를 키우지 않는 건, 우리나라에도 장기가치투자로 지속가능한 가치창출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걸로 돈 벌고 규모를 키우는 게 목적이 아니다. 이런 목적에 따르면 이 정도 규모면 충분하다.

우리 사회는 노동은 열심히 일하는데, 자본은 일을 안한다. 노동생산성뿐 아니라 자본효율성도 높여야 한다. 장기가치투자로 국가경제적 자본효율성과 기업 투명성을 높혀 사회를 투명하게 하는 게 목표다.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시장경제에서 이런 이론이 가능함을 보여주겠다. 요 며칠 주가 상승으로 끝나는 것 아니다.

펀드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다. 4월부터 1차로 2천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고 현재 1200억원을 넘었는데, 추가 투자를 타진하는 곳이 여러 곳이다. 그러나 라자드자산운용의 입장과는 달리 펀드 규모를 키우는 게 좋지만은 않다.

이 펀드는 적극적인 운용이 중요하기 때문에, 운용 능력을 넘어서는 규모는 안된다. 초기 모델을 제시하고 2~3년 안에 시장에서 적절한 평가를 받는다면 다음에는 국민들이 참여하는 공모 펀드도 해볼 생각이다. 조건은 두가지다. 장기투자를 해야 하고, 시시콜콜 간섭 안 하고 장기적인 신뢰를 갖고 맡겨둬야 한다는 거다. 요즘 국민들에게 투자할 기회를 달라는 전화가 많이 온다.

1차 펀드가 성공한 뒤 공모펀드를 만든다면 상당한 규모가 될 수도 있다. 지금과는 약간 다른 형태가 가능하다. 지금하고 있는 사모펀드도 3천억~4천억원 펀딩은 어렵지 않다. 자산운용팀이 투자자에게 약속한 대로 운용하고 자리 잡을 때까지는 이 상태로 가야한다. 어떻게 운용할 거냐가 중요하다. 규모만 커지는 건 의미없다. 내가 투자회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참여연대에서 최근 분리돼 나온 경제개혁연대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 단체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나?

=경제개혁연대는 독립적인 경제 전문가 단체이고, 연구소는 오래전부터 기업분석 연구기관이었다. 펀드는 펀드대로 간다. 경제개혁연대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외부 전문가들이 함께 일하고 보상은 받지 않는 시스템이다. 연구소는 원래 영리를 추구하는 연구단체였다. 장하성과 김상조(경제개혁연대 소장)는 세 기관 어디로부터도 사적 이익을 얻지 않는다. 세 단체는 인적 구성이 겹친 네트워크 형태다. 연구소는 펀드와 컨설팅 계약이 돼 있다. 경제개혁연대와 펀드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투자자들이 단기성과를 추구하면 이해당사자들간에 이해충돌이 생기지 않겠는가?

=무엇이 회사를 위해 가장 좋은가가 중요하다. 특정 이해당사자에게 좋거나 손해가 나더라도 궁극적으로 회사를 위해 뭐가 가장 좋으냐가 중요하다. 지금껏 나는 우리나라에서 어떤 펀드매니저가 ‘임금 내려라’, ‘해고해라’라는 요구를 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없다. 기업과 사회를 위한 게 뭐냐를 장기적으로 보면, 단기적 이해충돌은 문제가 안된다.

-최근 케이티앤지를 공격한 칼 아이칸이나 과거 에스케이와 소버린의 경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나라면 전혀 다른 접근을 했을 것이다. 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했을 거라는 말이다. 그걸 중재하려고 내가 모나코까지 갔던 거다. 내가 소버린이면 에스케이를 지금보다 훨씬 다른 구조로 만들었을 것이다. 고 최종현 에스케이회장도 동의했지만 소버린이 거절했다. 장기적으로 회사를 위한 것이 뭐냐를 생각하라고 했었다. (소버린이 그렇게 한 것은) 전략 부재나 한국에 대한 이해 부족이 원인이라고 본다. 에스케이뿐 아니라 우리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하루 아침에 바꾸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 전략 부재가 원인이다.

-‘장하성 펀드’ 투자자들이 대부분 외국기관이라 외국 자본 아니냐, 이익을 모두 외국인이 가져가는 것 아니냐, 심하게는 ‘월스트리트의 앞잡이’가 아니냐는 공격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국내 자본이 참여할 계획은 없나?

=대한화섬 지분의 95%는 국내주주가 가지고 있다. 이 펀드를 통해 기업 가치, 주가가 오르면 95%의 이익은 국내주주에게 돌아간다. 이 회사와 달리 외국인 주주가 많다고 치면, 해당 회사에 우리나라 사람이 투자하면 될 것 아닌가? 스스로 투자할 생각은 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비난하는 건 ‘묘한 꼬인 심리’라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대한화섬의 경우, ‘장하성 펀드’가 외국인 위한 거라는 건 회사의 기본 구조도 안 들여다본 무지와 게으름의 소치다. 이념에 눈이 가려져 간단한 통계, 주주 구성도 안들여다 보니까 이런 말을 하게 되는 거다.

오래전부터 라자드가 국내 증권사들과 계약해서 생각할 수 있는 국내의 모든 기관투자자에게 ‘장하성 펀드’ 투자를 권유했다. 그런데 다 거절했다. 외국 기관들에겐 그 정도로 권유하지도 않았다. 이런 비판이 예상돼 국내 기관들에게 문서로 이메일로라도 거절해달라고 얘기했다. 과거엔 거절했어도 지금도 문은 열려 있다. 몇개 기관이 들어오려고 하고 있다.

-기관들이 왜 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에 투자를 거절했다고 보나?

=장기가치투자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기관들은 주로 단기 매매만 가지고 자산운용을 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장하성 하면 기업과 불편한 관계를 생각하고 또 다른 쪽 거래가 잘 안 될 거라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도덕성도 원칙도 결여된 행태다. 증권사 내부에는 서로 이해관계가 얽히는 분야에 대한 ‘차이니즈월’(내부거래를 막는 벽)이 있어야 하는데, 솔직히 어떤 기관은 (‘장하성 펀드’에 투자하면) 다른 쪽 사업이 어려워진다는 말을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하더라.

그러나 아주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말하는 쪽이 국내에 몇 군데 있고, 아주 빠른 시일내에, 한달 안에 들어올 것이다. 어디인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

-펀드는 결국 돈벌이가 목적이 아닌가?

=물론이다. 펀드가 돈 버는 게 목적이지, 당연한 얘기다. 기업지배구조개선이라는 돈보다 더 중요한 목적이 있지만, 돈 버는 게 죄악인가? 시민사회운동하면 굶어야 되나? 개인 이익만 안 취하면 된다. 내가 갖고 있는 의미 때문에 누구도 강요 안 했지만 라자드와 최초 계약 때부터 내가 지정하는 공익성 사업이나 공익적 재단에 나에게 할당된 보수를 기부하기로 계약이 돼있다. 나는 공식적으로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투자 고문)이고 보수는 수익률과 연계돼 있다. 고정적으로 받는 건 없다.

-아깝진 않나?

=정말로 아내에게 고맙다. 아내가 정말로 잘 했다고 칭찬하더라. 이런 일이 생기면 가족들이 고생하는데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조세회피 목적에서 펀드를 아일랜드에 설립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정말 무식한 얘기다. 우리나라 세금을 피하느냐의 문제인데, 외국 투자자 입장에선 우리나라 세금 회피한 것이 없다. 자본 소득에 대한 세금은 원래 정부가 면제하고 있다. 배당에 대한 세금이 문제인데, 외국에 적을 둔 펀드는 주식 배당금에 대해 원천징수를 하고 국내에 적을 두면 주식 배당금이 재투자되거나 배당수익을 90%이상 투자자들에게 나눠주면 세금을 안 내도 되게 돼있다. 배당도 100% 재투자할 계획이므로 문제가 안된다. 우리나라 세금 피하는 것 없다. 결국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국내에 펀드를 설립하는 게 더 유리한 셈이다. 외국 투자자들이 자기 나라에서 세금을 내느냐 안 내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어쨌든 조세회피지역인 아일랜드는 투자자들이 선택한 거다. 이로 인해 과세당국이 받을 세금 못 받는 것은 없다.

-이왕이면 한국에 설립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펀드에 대한 규제 때문에, 국내에 둬선 활성화될 수 없게 돼 있다. 경영참여목적 지분 보유 신고도 쉽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그럼에도 당연히 한국에 두고 싶었지만, 투자자들이 원하는 바에 따랐다.

-왜 하필 에스케이-소버린 분쟁 때 소버린 쪽에 섰던 라자드를 운용사로 정했느냐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펀드매니저인 존 리 때문이다. 소액주주운동을 한 10여년간 수백명의 펀드매니저를 만나봤지만, 신뢰하고 존경할 수 있는 일관성있는 펀드매니저는 3명뿐이었다. 그 중 한국인 1명이 존 리다. 존 리가 과거 스커드투자자문사에 있을 때인 6년전부터 이 펀드에 대해 함께 얘기를 시작했다. 이때 세계은행 산하의 국제금융공사도 투자를 결정했었다. 그런데 스커드가 도이치뱅크에 인수돼서 도이치랑 2년이상 함께 준비했는데, 도이치가 이 펀드에 대해 잘못한 부분이 있었고 존 리가 라자드로 옮겨가면서 이렇게 된 거다. 라자드 회장에게도 존 리의 독립적 운용을 명확히 요구했다. 펀드 성공의 90% 이상은 펀드매니저에게 달렸다. 존 리가 다른 회사로 옮긴다면 펀드도 옮긴다.

그리고 에스케이-소버린 때 라자드는 라자드금융컨설팅이고 지금 라자드는 라자드자산운용이다. 같다고 볼 수 없다. 존 리도 물론 소버린 때는 도이치 소속이었다.

-존 리는 외국인인가?

=한국인이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학위를 따고 외국 금융사에서 일해온 사람이다. 주로 뉴욕에서 활동하고 이번 일 때문에 한국을 가끔 오간다.

-펀드 수익에 대한 개인적 보수를 공익적으로 사용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 경제시민운동에 지원하고 싶다. 동남아 여러 나라의 부패가 심각한데 이는 기업의 불투명성과 부패로부터 나온다고 본다. 인도네시아의 10여개 단체 변호사와 만나 돕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방글라데시 다카대학에 기업연구소가 설립될 때도 오이시디와 아시아재단으로부터 펀딩을 받아준 바 있다. 아주 엉뚱하게 국내의 비주류 문화분야에도 지원하고 싶고, 김일성대학에서 시장경제에 대해 공부하겠다면 돕겠다는 상상도 해본다. 문제는 아직 돈을 못 벌었다는 거다.(웃음)

-첫 투자처인 대한화섬의 경우, 대주주 지분이 70%를 넘는 반면 펀드는 5%에 불과해, 잘못 고른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50%+1주만 가지면 되는데 뭐가 겁이나서 70% 이상 지분을 가지고도 지분을 추가 매입했는지에 대해 오히려 대한화섬 대주주에게 물어봐야 한다. 우리는 5%의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경영권을 흔들거나 적대적 인수합병을 한다거나 기업 사냥을 할 의도가 아니라는 것을 시장에 명쾌하게 보여줬다.

70%를 대주주가 가지고 있다는 것 모르고 한 것도 아니고, 70%든 5%든 10주든 주주로서 법적으로 보장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더 중요한 것은 70%를 가진 대주주보다 5% 주주가 회사를 더 좋게 만들 방안 제시한다면 70%는 의미가 없어진다는 거다.

대한화섬 주주들에게 이 말을 꼭하고 싶다. ‘장기적으로 보유하라, 시작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기업가치를 찾을 방안이 있다. 10년전 삼성전자 주가가 4만5천원일 때 내가 2~3년만 사서 가지고 의결권을 달라고 한 적이 있다. 지금은 주가가 60만원대다. 5대 70은 평면적인 거다. 경영진 교체 빼고는 다 할 수 있다. 최소한 이익은 못 봐도 손해도 안 본다. 최근 토지 감정 평가를 맡겼는데 순자산 4600억원은 장부가로 계산한 것일 뿐이다. 몇일간 주가가 60% 올랐는데 장기적으로 더 오른다.

상장폐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을 것이고 그렇게 할 것으로도 보지 않는다. 태광그룹 전체를 보고 있다. 방송-금융 등 공익성 높은 사업을 하면서 상장 폐지를 한다는 것은 자해공갈과 같다. 소액주주에게 해를 끼친다면 한국에서 퇴출돼야 한다.

대한화섬은 장기적으로 청산해도 지금보다는 더 가치가 있다. 영업수익이 빠져나가지만 않아도 더 가치가 있다.

-태광시스템즈라는 태광그룹 자회사가, 최근 대한화섬 지분을 매입했는데, 내부자 거래는 아닌지?

=태광시스템즈는 이호진 회장의 개인회사다. 따라서 이 회장 개인이 추가로 산 거나 다름 없다. 대한화섬이 자기방어를 위해 지분을 샀다면 내부거래는 아닐 텐데, 이미 70%를 보유하고 있기에 자기방어도 필요없는 총수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기회사를 통해 지분을 추가로 산 건 내부자 거래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내부 거래가 아니라고 했지만 적극적으로 봐야한다. 장하성 펀드가 5% 지분 사고 지배구조개선 요구 편지를 보낸 뒤 추가로 지분을 산다면 내부자 거래가 아니지만, 장하성 가족이 사면 내부자 거래가 아니겠는가?

-최근 대한화섬 등 태광그룹 주식의 급상승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두가지 측면이 있다고 본다. 적대적 인수합병이 아니라는 것 알면서도 시장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장기적으로 간다는 걸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부정적으로 본다면, 정확하게 보지 못하고 부화뇌동하는 단기적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만은 확실하다. 단기적으로 이익을 위하려고 했다간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신뢰를 갖고 장기적으로 주식을 보유한다면 이익을 본다는 거다.

-태광산업 등 다른 기업들 주식도 취득하고 있나?

=원칙적으로 노코멘트다. 다만 대한화섬 지분은 추가매입을 하지 않고 있다. 현재 지분으로도 충분히 구실을 할 수 있다. 또한 어딘지 밝힐 수는 없지만 이미 여러회사에 투자 중이다. 5%가 안될 뿐이다. 5% 안 넘어도 우리가 임의로 공시를 할 수 있고, 곧 할 예정이다. 5% 안넘어도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시기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 현재로선 투자자와 시장에 대한 책임 때문에 말을 아껴야 한다.

-태광그룹 쪽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회사와 모든 이해당사자에 대해 최선의 결과를 내려면 당연히 협력적일 필요가 있다. 잘 안되면 적극적 대화를 통해서라도 서로 의사를 타진할 필요성이 있다. 대주주가 원치 않으면, 부담스러우면 조용히 대화할 수도 있다. 문은 언제나 열려 있고 진심으로 대화하길 바란다. 그러나 강요나 구걸, 부탁은 하지 않을 것이다. 대주주나 소액주주나 회사가 모두 이기는 윈-윈-윈 게임이 돼야 한다. 절대로 ‘적대적 펀드’가 아니다. 이는 70%가 대주주 지분인 기업을 선택함으로써 시장에 충분히 알린 바다.

대주주가 ‘나는 투명하게 경영하겠다’며 투자를 요청한 기업도 있을 정도다. 이런 기업들을 위해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요청하는 사례가 나왔으면 좋겠다. 이런 의사를 타진하는 한 두 회사도 물론 있다.

-대한화섬을 왜 선택했나?

=대한화섬은 영업가치를 제외하고도 주가가 5배가 돼야할 회사인데, 대주주와 경영진이 가치와 국부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지켜봐달라. 이 펀드는 코리아 펀드다. 컨츄리 펀드다. 한국에서 나가면 해체된다. 영원히 가져가고 싶다. 이미 20년 넘은 컨츄리 펀드도 있다. ‘먹튀’ 등 다 생각하고 6년전부터 이 펀드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소액주주운동 10년과 재벌개혁론자에서 새로운 기관투자자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목표인데, 앞으로 행보는 어떻게 되나?

=사실 개인적 갈등은 교수로서의 역할과 시장 참여자로서의 역할이 상충되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다. 다만 적어도 학자로서나 교수로서 게을리하지는 않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위안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한국경제에 대해 오래 남는 책을 남기는 게 목적이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업그레이드 되는 데 참여할 수밖에 없다. 제조업으로 세계 5대 강국이고 인력도 매우 우수한 우리나라가 다음 단계로 필요한 첫째 인프라는 금융과 자본시장이다. 금융은 산업성장동력일 뿐 아니라 다른 경제 시스템도 선진국으로 가게할 인프라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우리나라가 세계투명성기구가 측정하는 부패지수가 높은데, 시장경제의 투명성과 책임강화를 통해 사회가 투명해지고 문화적 창출력이 높아졌으면 한다. 당장은 펀드로 성과를 내고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게 목적이다.

펀드는 계속 가고, 개별기업은 달라지겠지. 펀드에 대해 10~20년 애기했더니, 존 리는 영원할 거다라고 말하더라. 투자자들도 ‘락업’ 기간이 있어 그때까진 자금을 빼내 갈 수 없다. 락업 기간 지나도 한꺼번에는 못 빼간다. 또 특정 투자자가 자금 회수해도 전체 펀드 규모는 안 줄어들 거다.

국내 기관들이 왜 권유를 해도 투자를 안 하는지 안타깝다. 우리 금융 수준이 보인다. 너무 기본적인 분석도 안하고 너무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을 오도한다.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무책임하다. 최근 언론보도에 나온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코멘트를 보고 놀랐다.

-가장 기분 나쁜 말이 ‘월스트리트 앞잡이’라는 말 아닌가?

=동의하지 않지만,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해서 ‘여의도 앞잡이’가 됐으면 좋겠다. 기관들이 참여를 하지 않아서 공모 펀드도 생각한 거다. 국내 증권사와 함께 공모를 할 것인지는 의문이지만. 국내 증권사들이 보수를 더 많이 줄테니 함께 하자는 곳도 있었다. 그런데 그건 이 펀드를 통해 이름만 이용하려는 것이다.

어쨌든 이 펀드와 관련해선 결국 결과가 말할 것이다. 가시적 결과가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거다. (대한화섬 소액주주들이) 최소한 2~3년간 주주였으면 좋겠다. 오늘 다시 대한화섬 이사들에게 답변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냈다. 3주전 질의한 것에 대한 답변을 촉구하는 차원이다. 답을 충분히 기다렸는데, 협력·장기적으로 가자고 얘기했고, 시장이 요동을 쳐도 답이 없으니 달라고 했다. 그러고도 답 없으면 주주로서 권리를 이용해 답을 구할 것이다. 답변에 대한 시한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선 안되므로 말할 수 없다. <한겨레> 곽정수,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인터뷰 후기] “무식한 얘기” “바보같은 소리” 작심한듯 직설적 표현

장하성 고려대 학장은 인터뷰 내내 마치 작심이라도 한 듯 특유의 직설적이면서 거침없는 표현을 썼다. 장하성펀드와 관련한 일부 보도에 대해선, “무식한 얘기”라거나 “바보 같은 소리”라고 일갈했다. 장하성펀드가 외국 펀드와 다름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묘한 꼬인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념에 눈이 가려져 간단한 회사 지분 구조도 들여다보지 않은 게으름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시민운동가에서 시장참여자로 변신하면서 겪는 갈등도 솔직히 털어놨다. 특히 교수직과 시장참여 역할이 상충하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고 했다. 펀드 보수 전액을 사회공익사업에 기부하기로 결정한 대목을 얘기할 땐, “(아내가) 참 잘했다고 칭찬해 줬다”며 “정말로 아내에게 고마웠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1996년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옛 경제개혁센터·현 경제개혁연대 전신)의 초대 위원장으로, 삼성전자·에스케이텔레콤 등 대기업을 상대로 ‘소액주주 운동’을 벌이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재벌개혁 운동에 앞장섰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