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광구 지분양수 계약
매장량 많고 성공 확률도 높아
매장량 많고 성공 확률도 높아
한국 유전개발 사상 최대 프로젝트가 될 카자흐스탄 잠빌광구 개발에 시동이 걸렸다. 제2의 중동이라 불리는 중앙아시아 카스피해 북단에 위치한 잠빌광구는 10억~20억배럴로 추정되는 매장량 못지 않게 특수 시추선을 제작해야 하는 등 한국 유전개발의 역사를 다시 쓸 정도로 복잡하고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사업이 될 전망이다. 한국컨소시엄을 대표하는 한국석유공사가 지난 1일 카자흐스탄 카즈무나이가스(국영석유가스회사)와 잠빌광구 지분 양수도에 대한 합의의정서를 체결했다. 6일 산업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잠빌광구의 공식적인 추정매장량은 10억배럴(1년 원유수입량 8억배럴)이다. 시추에서 생산까지 한국이 직접 운영권자로 나선 유전 가운데 세번째 규모다. 그러나 이는 지분 가격을 낮추기 위해 보수적으로 잡은 것일 뿐 많게는 20억배럴에서 50억배럴까지도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잠빌광구 개발은 카스피해의 척박한 자연조건 때문에 많은 난관이 예상되는 프로젝트다. 잠빌광구가 위치한 해역의 수심은 3∼여서 기존 시추선이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시추선 작업은 보통 50~500m 해역에서 이뤄지며, 수심 1m 이하인 경우에는 아예 인공섬을 만들어 육상 시추를 한다. 결국 양쪽 모두 불가능해 얕은 수심에서 작업할 수 있는 바지선 형태의 특수 시추선을 따로 만들기로 했다. 석유공사는 이를 위해 최종 계약이 이뤄지는 올해 말부터 2년6개월에 걸쳐 1천억원을 들여 시추선을 직접 제작하기로 했다. 석유공사는 잠빌광구 시추가 끝난 뒤 시추선을 카스피해의 다른 유전 개발업자들에게 임대할 계획이다. 또 하나의 어려움은 카스피해의 위치상 개발에 들어가는 소요장비의 운송 문제다. 한국석유공사 신규사업처 남재구 탐사팀장은 “멕시코만이나 북해와는 달리 카스피해는 내륙에 존재하고 수심이 얕아 대량 운송이 어려운 탓에 시추에 들어가는 소요 장비의 수송에만 30∼40%의 비용이 더 들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겨울이면 얼어버리는 카스피해의 조건도 풀어야 할 난제다. 바다가 얼면 배가 다닐 수 없기 때문에 시추, 생산, 장비 운송 등 모든 것이 어려워진다. 이처럼 어려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석유공사가 잠빌광구 확보에 전력을 기울인 것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추정 매장량 37억배럴인 러시아 서캄차카 유전보다 잠빌광구에 더 주목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유전 개발업계는 보통 15% 확률이면 탐사광구로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 석유공사쪽은 잠빌광구의 성공 확률을 75%로 추정하고 있다. 잠빌광구의 가치가 크기 때문에 이를 확보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나자르바예프 카즈흐스탄 대통령이 2003년 11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잠빌광구를 넘겨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2년10개월이 걸렸다. 카자흐스탄쪽이 1사 1광구 원칙을 들어 네 구역으로 나눠진 잠빌광구를 다 줄 수는 없다고 버티는 바람에 2개 광구를 하나로 묶어 1개 광구로 계약하기로 결론을 냈다. 또 가격을 낮추려는 한국쪽과 높이려는 카자흐스탄쪽의 협상이 또 1년여 동안 계속됐다. 한국쪽은 퇴역군함 제공, 석유화학업계의 산업협력 강화 등 다른 조건을 내놓으면서 간신히 광구를 따냈다. 석유공사 카자흐스탄사무소 곽정일 소장은 “어느 유전보다 어려운 시추작업이 예상되지만 매장량이 예상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