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그룹 “엘지카드 사명 못쓴다”…신한 곤혹
‘우리홈쇼핑’은 바꾸고 싶은데 태광쪽서 반대
현대건설은 현대외 업체서 인수전 참여 주저
‘우리홈쇼핑’은 바꾸고 싶은데 태광쪽서 반대
현대건설은 현대외 업체서 인수전 참여 주저
‘이름이 골칫거리다?’ 애기 아빠의 고민이 아니다. 초대형 인수합병전에 나선 기업들의 머리가 아프다. 인수에 성공하고도 옛 회사 이름을 포기해야 하거나, 이름을 바꿀 수 없어 인수전에 나서기가 어려운 기업들의 고민이 커져가고 있다. 엘지카드와 현대건설이 대표적이다. 엘지그룹과 현대그룹·현대중공업그룹 등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이라 이름을 그대로 쓸 수도 없고 이름을 바꾸자니 ‘이름값’이 아까운 판이다. 최근 엘지카드를 7조원 가까운 거액을 주고 인수하기로 한 신한지주는 ‘엘지’라는 이름을 버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엘지그룹은 2004년 엘지카드가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게 넘어간 뒤 매각될 경우 3개월만 이름을 쓰는 것으로 계약했다. 사용료를 내면 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엘지그룹은 지주사인 ㈜엘지가 자회사들로부터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비용인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매출액의 0.2%를 브랜드 사용료로 받고 있다. 그러나 엘지 쪽은 비계열사는 이름을 쓰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일축한다. 유원 ㈜엘지 상무는 “계열분리되거나 매각된 기업은 ‘엘지’를 못쓰게 하는 게 원칙”이라며 “엘지카드도 인수 3개월 뒤에는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지주 쪽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신한카드와 합치기 전까지 적어도 2년은 엘지카드를 별도 회사로 놔둬야 하므로 당장 이름을 바꾸기가 곤란하다. 신한지주 홍보팀 관계자는 “엘지카드 이름을 어떻게 바꿀지를 놓고 고민 중”이라면서도 “카드 소비자들이 보수적인 편이므로 이름값을 빼더라도 엘지카드이 1천만명이 넘는 회원수로 충분한 값어치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한지주는 2002년 굿모닝증권을 인수해 신한굿모닝증권으로 바꾼 뒤 최근 ‘굿모닝’을 이름에서 떼어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은 ‘현대’라는 이름값 때문에 범 현대가 외에 다른 기업은 인수전에 뛰어들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건설업계는 회사 이름이 매우 중요해 이름값이 곧 기업가치와 다름 없기 때문이다. 과거 건설사의 인수합병을 보더라도, 지명도 낮은 회사가 건설사 인수 뒤 지명도 높은 회사의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2004년 지방건설사 대아는 경남기업을 인수해 경남기업 이름을 그대로 살렸다. 극동건설, 우방, 남광토건 등도 비건설사에 인수됐지만 이름은 그대로 남아있다. 특히 현대건설은 국외 건설의 역사가 앞서고 지금도 국외사업 비중이 높으므로 회사 이름을 유지하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현대그룹·현대중공업그룹 등이 아니면 현대건설 인수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범 현대가에서도 당연히 현대건설은 자신들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가 현대건설과 관련해 ‘구사주 책임론’을 편 것도 이런 사정을 고려해서 경쟁률을 높여 인수가를 높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뽑힌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우리홈쇼핑을 인수한 롯데그룹도 이름을 두고 고심 중이다. 금호는 대우그룹이 해체됐으므로 외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대우’를 쓸 수 있어 그래도 여유가 있는 처지다. 롯데는 우리홈쇼핑을 롯데홈쇼핑으로 바꾸고 싶지만 2대주주인 태광그룹이 인수 자체에 반발하고 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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