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상승에 공급 과잉…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 과잉에 파업 장기화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감산하는 석유화학·화섬업체들이 갈수록 속출하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은 울산공장에서 생산하는 40여가지 품목 가운데 식기·접착제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멜라민 생산라인 가동을 최근 전면 중단했다고 11일 밝혔다. 회사 쪽은 멜라민의 원자재인 나프타 가격이 국제유가 급등으로 크게 오른 데다가 판매마저 부진해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지난해 456억원어치의 멜라민을 생산했다.
지난해 2만4천톤의 스판덱스(수영복 등의 원료)를 생산해 868억원의 매출을 올린 태광산업은 국내외 경쟁업체들이 생산물량을 마구 늘려 수익성이 악화되자 지난달 31일부터 스판덱스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태광산업의 자회사인 대한화섬도 올 6월 수출 판로가 막힌 데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연간 14만t 규모의 페트 바틀칩(생수 등의 포장용기) 생산라인 근무자 60여명을 명예퇴직시킨 뒤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국내 유일의 카프로락탐 생산업체인 ㈜카프로 노조의 파업이 한달을 넘기면서 이 회사로부터 카프로락탐을 구입해 나일론 제품을 만드는 효성 등 4~5개 업체가 원료를 제때 구입하지 못해 평소보다 공장가동률을 10~20%씩 낮추고 있다. 코오롱 구미공장은 카프로락탐 재고가 바닥나자 공급받는 고체의 카프로락탐을 잘게 쪼개 원료공정에 넣는 번거로운 작업을 하다가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나일론 생산량을 20%나 줄인 상태다.
울산석유화학공단 관계자는 “과잉공급으로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고공행진이 계속되면 만들수록 손해”라며 “가동이 중단된 공정은 경쟁력이 없어 폐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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