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위, ‘수익자 부담원칙’ 약관개정 권고…은행들 “수용어렵다”
대출 이용자들이 부담해 온 부동산 근저당 설정 비용을 수익자인 은행이 부담하라는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권고 결정이 나왔다.
고충처리위는 20일 “은행이 담보대출을 하면서 근저당 설정 비용을 대출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부담시키도록 한 은행 여신거래 기본약관 등 표준약관은 불공정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표준약관을 개정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은행 이용자들은 담보대출을 받을 때 근저당 설정비를 부담하거나, 근저당 설정비 대신 약정금리 이외에 가산금리를 추가로 부담해 왔다.
고충위는 은행 여신거래 기본약관 규정을 고쳐 부동산 담보권 설정·행사·보전 및 담보목적물 조사·추심 비용은 채권자인 은행이 부담하고, 부동산 담보 해지 비용 및 채무이행 지체에 따른 비용만 채무자인 이용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인지세는 양쪽이 50%씩 분담하도록 했다.
서울에서 부동산 담보로 3억원을 대출받을 경우 등록세 72만원, 교육세 14만4천원, 법무사 수수료 45만7천원, 감정평가 수수료 33만원 등 226만3천원의 근저당 설정비를 이용자가 부담해야 했으나, 권고안이 받아들여지면 인지세 7만5천원과 채권손실액 39만원을 합쳐 46만5천원만 부담하면 된다.
고충위 관계자는 “작년 기준으로 부동산 담보대출 총액이 190조1872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표준약관이 개정되면 일반 국민은 1조3342억원을, 기업대출까지 포함하면 3조원 가량의 부대비용을 절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준길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제도팀장은 “은행연합회에 고충위의 권고 취지를 반영한 표준약관 수정안을 만들어 공정위에 심사청구를 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라며 “만일 은행연합회 쪽이 권고를 받고 4개월 이내 필요한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공정위가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표준약관을 개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고충위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금도 설정비용 부담 부분은 고객의 선택 사항”이라며 “은행 쪽이 모두 부담하게 된다면 각종 혜택이 없어지면서 결국 소비자 쪽의 부담은 줄어들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은행연합회 관계자는 “2002년 공정위가 승인한 표준약관을 쓰고 있는데 새로운 권고가 나와 당황스럽다”며 “지금처럼 은행과 이용자 양쪽이 협의해 부담하는 방식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학준 홍대선 안창현 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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