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록 공개…이 한은총재 막판 캐스팅보트 행사
예상을 깨고 콜금리를 4.25%에서 4.50%로 올렸던 8월 금융통화위원회 당시, 콜금리 인상 결정을 두고 금통위원들 사이에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금통위 의장을 맡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마지막 순간에 캐스팅보트를 행사했음을 뜻하는 것이다.
26일 공개된 8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강문수, 이성남, 박봉흠 의원 등 3명은 콜금리 인상에 명백히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콜금리 목표의 현 수준 유지를 주장”한 것으로 드러나 있다. 이들은 “부동산 가격이 6월 중순부터 진정되고 있어 기조적인 물가불안 요인은 완화되고 있는 반면, 경기상황은 불확실 요인이 점차 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대해 나머지 의원들은 “금융시장에는 제반 유동성상황 지표로 판단할 때 여전히 과잉유동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콜금리 인상을 주장한 것으로 의사록에 나타나 있다.
한은 총재를 비롯한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금통위에서 4대 3이라는 간발의 표차로 금리 결정이 내려진 건 극히 이례적인 경우로, 98년 금통위원 상근제가 도입된 후 두번째 사례로 꼽힌다. 2001년 7월 경기진작을 명분으로 콜금리를 5%에서 4.75%로 내리는 과정에서도 당시 전철환 총재가 마지막 순간에 콜금리 인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8월 금통위에서 콜금리 인상 반대 의견을 명시적으로 밝힌 3명의 위원들이 재경부, 금감위, 대한상의 추천 인사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8월 금통위를 앞두고 한은과 정부 간에는 콜금리 수준을 둘러싸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진 바 있다.
비공개로 열리는 금통위 의사록은 통상 금통위가 열린 후 6주가 지나 공개된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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