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나라 기업중 21위 차지
4일 발표된 국제투명성기구의 2006년 뇌물공여지수 조사 결과에서, 한국 기업들은 세계 수출 주도국 30개 나라 기업 가운데 21위를 차지해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렀다.
국제적 반부패운동 시민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는 올해 세계 125개국의 기업인 1만1232명에게 자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이 뇌물을 제공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하는 경향이 있는지를 물어 외국 기업이 속한 국가별 뇌물공여지수를 작성해 이날 발표했다. 뇌물공여지수는 10점 만점이며, 청렴할수록 점수가 높다.
한국 기업은 5.83을 받아 청렴도가 낮은 편인 제3그룹에 포함됐다. 한국과 같은 그룹에는 홍콩, 이스라엘, 이탈리아,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가 포함됐다. 한국 기업들은 1999년 19개국 가운데 18위(3.4), 2002년 21개국 가운데 18위(3.9)였던 것보다 순위가 조금 올라갔으나,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렀다.
1위는 스위스가 차지했으며, 가장 청렴도가 높은 1그룹에는 스위스 외에 스웨덴,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오스트리아, 캐나다, 영국,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미국, 일본의 기업이 포함됐다. 2그룹에는 싱가포르, 스페인, 아랍에미리트, 프랑스, 포르투갈, 멕시코 기업들이 들었다. 가장 청렴도가 낮은 4그룹에는 대만, 터키, 러시아, 중국, 인도의 기업들이 포함됐다.
특히 기업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일할 때는 상대적으로 청렴했으나, 저소득 국가에서는 비자금과 뇌물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이중잣대’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기업도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에서는 6.7점을 받았으나, 저소득 국가에서는 5.2점을 받아 1.5점이나 차이가 났다.
국제투명성기구는 이날 함께 발표한 성명에서 “수출 주도국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추잡한 사업을 벌여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조사 대상 30개국 모두 국외에서 뇌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점에서 아무도 승자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국투명성기구의 김상근 회장도 “뇌물을 주는 기업들은 부패를 줄여 빈곤의 악순환을 끊고자 하는 개발도상국 정부와 국민들의 노력을 가로막는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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