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14억달러 적자·물가 2.8% 상승 등 경기둔화 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올해(5.0%)보다 크게 낮은 4.3%로 예상하는 등 성장과 물가, 경상수지 등 세가지 거시경제지표가 모두 후퇴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북핵 변수를 감안하지 않은 것으로 사태가 더 악화될 경우에는 성장률 전망치가 이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경상수지의 경우 1997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17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민간소비가 최근 둔화되기 시작하는 등 우리 경제가 완만한 경기둔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 내외를 기록할 전망이지만 내년에는 수출과 내수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4%대 초반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지난 7월 내년 예산편성을 위해 사용한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4.6%)보다 낮은 것이어서, 앞으로 정부의 성장률 하향 조정도 점쳐진다. 정부는 주요 연구기관들의 전망치를 준거로 삼아 성장률 전망을 하는데, 주요 연구소들이 대부분 4%대 초반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 성장률 둔화 요인과 관련해, 한국개발연구원은 미국 등 세계 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실질 국내총소득(GDI)의 증가 지체로 인해 소비 회복세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연구원은 미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3.4%에서 내년에는 2%대 초반으로, 세계 경제성장률도 3.9%에서 3.2% 안팎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신석하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0.3% 안팎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추정했다.
특히 연구원은 경상수지가 올해 27억달러 흑자에서 내년에는 14억달러의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1997년 이후 처음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연구원은 “2004년부터 진행돼온 경상수지 흑자 폭의 축소는 상당 부분 환율 하락과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것”이라며 “그러나 장기간 흑자가 누적돼온 만큼 균형수준에 근접한 소폭의 적자가 경제안정을 해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소비자물가는 서비스요금의 상승세로 올해 2.5%에서 내년 2.8%로 약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국내총소득(GDI)은 유가하락 등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있고 급격한 경기위축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다”며 “현 시점에서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변경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 핵실험의 경우 금융시장이 안정을 보여 현 시점에서는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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