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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포스코 대리점 앞으로 줄을 서시오?

등록 2006-10-17 19:31수정 2006-10-18 01:38

다른 대리점은 비싸고 포스코 대리점 거래 어려워
중소기업들 ‘엎친 데 덮친 격’ “상생 차원 배려 있어야”

“포스코와 거래하면 도련님, 나머지는 서자죠.”

김포에서 ㄷ금속을 운영하는 김아무개 사장은 소방설비, 전기배선설비로 들어가는 건설자재를 생산해 온 지 10년이 넘었다. 그는 이번 기회에 판넬 사업을 곧 접을 계획이다. 포스코 대리점과 거래하는 경쟁업체한테는 원가경쟁에서 밀리고, 수요업체에서는 포스코 가격 기준으로 대금을 요구해 채산성을 도저히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열연 및 냉연제품값 차등인상과 자사 대리점 지원정책에 따른 국내 냉연시장의 지각변동(<한겨레> 10일치 19면 참조)이 냉연제품을 원자재로 쓰는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17일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7월 포스코가 열연·냉연 제품 가격을 차등인상한 뒤 포스코 대리점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들은 일반냉연강판의 경우 톤당 60만원, 고급강판은 67만∼68만원에 받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가 아닌 다른 냉연업체 대리점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들은 이보다 5∼10%정도 비싼 값에 강판을 사고 있다. 상반기 적자에 허덕이던 냉연업체들이 포스코의 가격차등 인상(열연 4만원, 냉연 2만원) 때문에 빚어진 톤당 2만원의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며 대리점들에게 이전보다 높은 값을 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현재 포스코가 국내시장에 공급하는 냉연제품은 연간 650만톤으로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포스코 대리점을 통해 중소기업에 공급되는 냉연제품은 약 110만톤이며, 동부제강을 비롯한 다른 냉연업체들의 중소기업 공급분은 약 150만톤으로 추정된다. 중소기업으로서는 포스코산보다 다른 회사 냉연제품의 수요비중이 더 높은 셈이다.

중소기업들이 포스코 대리점과 거래하기 위한 조건이 만만찮다. 거래량이 많지 않거나 담보가 없는 중소기업들은 쉽게 포스코 대리점과 거래하기 힘들다. 거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중장기 수급안정을 생각하면 거래처를 함부로 바꾸기도 어렵다. 스프링클러 설비제품을 만드는 ㅎ금속 이아무개사장은 “가격만 보고 거래처를 바꿨다가 대리점에 밉보여 낭패를 본 적이 있다”며 “나중을 위해서는 가격차이를 버텨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산을 쓴다는 것도 쉽지 않다. 중국산의 품질이 많이 좋아지기 했지만 정밀기계의 자재로 쓰기에는 아직 위험하다. 이 사장은 “중국산을 써서 두 차례 납품을 했는데 도금이 안된다는 항의를 받고 나서는 선뜻 중국산을 구매하지 못하고 있다”며 “게다가 우리같은 소규모업체의 경우에는 중국산이라고 해도 별 가격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포스코가 소품종 대량생산체제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는 이상 중소기업들은 값싼 포스코 제품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포스코의 열연·냉연제품 가격조정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상황이 고려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것이다. 스틸앤스틸 철강산업연구소 서정헌 대표는 “냉연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워지면 최종수요자인 중소기업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면서 “철강업계에서 가격결정권자인 포스코가 중소기업들에게 구매기회 확충이나 가격 차등조정 등 상생차원의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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