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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Econo 사람] 20년 엘엔지운송 산증인, 그에겐 정년이 없다네

등록 2006-10-26 21:22

Econo 사람
한국가스공사 ‘도크마스터’ 신용철씨

26일 인천 동춘동 가스공사 생산기지에서는 인도네시아에서 출항한 5만6천톤급 엘엔지(액화천연가스)선이 하역중이었다. 부두에서 뻗어나간 지름 81㎝짜리 네 개의 가스관이 높이가 300m나 되는 배의 저장탱크와 연결돼, 천연가스를 한시간에 5600톤씩 육지로 옮기는 작업이다. 영하 160도 초저온의 엘엔지가 흐르기 시작한 한 개의 가스관으로는 이미 뿌옇게 서리가 앉았다.

“엘엔지가 처음 들어온 것이 86년입니다. 첫 배가 들어와서 하역을 시작한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곳에서 도크마스터(부두 하역책임자)로 일하는 신용철(58)씨. 그는 우리나라 엘엔지 도입의 산증인이다. 인천기지로 들어오는 엘엔지선은 한해 170여척으로, 우리나라 공급량의 반에 가까운 1000만톤에 육박한다. 신씨는 스물여덟에 우리나라 최초 화학물질 운반선의 선장이 됐다. 이후 10년동안 선장생활을 하다가 1986년에 해양수산부에 특채됐다. 그해 신씨는 평택기지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엘엔지 도크마스터로, 우리나라에 최초로 들어온 엘엔지선을 맞았다.

파도·바람·배 특성파악
초정밀 안전접안 총지휘

신씨의 업무는 대략 6만톤급 엘엔지선(유조선으로는 12만톤급에 해당)이 부두 1.6㎞ 앞까지 접근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엘엔지선은 횡으로는 움직이지 못해 접안을 하려면 예인선 네 척이 나란히 붙어서 부두쪽으로 천천히 밀어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도크마스터는 엘엔지선, 예인선, 부두 세 곳과 연락하면서 배들을 지휘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방향과 속도다. 배를 초속 10미터 이하로 완전한 수평을 유지하면서 부두에 접근시킨다.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접안시설이 무너지거나 배가 파손될 수 있다.

배를 부두에 대고 하역하는 일이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엘엔지선의 안전한 접안은 파도와 바람, 배의 특성을 도크 마스터가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건조된 최초 엘엔지선이 1994년 진수할 때, 신용철씨에게 교육을 받은 사람만 승선자격을 줄 정도로 엘엔지 운송에 있어 도크마스터의 역할은 중요하다.

신씨는 지난 6월 정년을 넘겼다. 하지만 가스공사는 “네 번째 가스생산기지를 건설하는 데 당신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그에게 도크마스터를 계속 맡겼다. 직접 배에 올라 하역을 지휘하는 신씨는 직원들에게 여전히 ‘선장님’으로 통했다. 신씨도 부두로 나서면서 “한번 선장은 만년 선장 아니냐”며 스스로를 “천만가구가 사용하는 국민연료를 책임지는 뱃사람”이라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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