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결정권자 지시·의사 따른 것”…이 회장 기소 여부 주목
2일 열린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CB 저가발행의 목적이 이건희 회장의 삼성그룹 지배권을 아들 재용씨에게로 넘기려는 사실상의 `그룹 승계'라는 검찰측 주장이 나왔다.
이건희 회장 소환 조사를 앞둔 검찰이 공판에서 이 회장을 직접 겨냥한 주장을 내놓은 것은 `기소할 수도 있다'는 방침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향후 검찰의 수사행보가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5부(조희대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허태학ㆍ박노빈 에버랜드 전ㆍ현 사장의 항소심 속행공판에서 검찰은 "CB를 인수해야 할 법인 주주들이 약속한 듯 전부 실권하는 행위는 다른 이유로는 설명이 안된다. 삼성그룹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지시나 의사를 따르지 않는다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사실상 이건희 회장을 배후로 지목했다.
검찰은 "26명의 주주들이 실권하는 등 주주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삼성그룹 비서실 재무팀이 직ㆍ간접적으로 치밀한 연락을 통해 진행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에버랜드의 지배를 통해 전자ㆍ물산 등 그룹 전체의 지배구도를 완성하는 결과라는 사실상의 추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검찰은 재판부에 제출한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등의 피의자 신문조서의 내용을 확인하는 증거조사에서 `이건희ㆍ이재용씨의 개인재산 관리를 포함해 삼성그룹 비서실 재무팀을 중심으로 CB의 발행ㆍ증여가 결정됐다'는 현씨의 진술 등을 제시하며 "에버랜드의 CB 발행 목적은 이재용씨에 대한 증여를 통한 경영 지배권 이전이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일정한 요건이 갖춰지면 합의(의사의 연락)를 추정한다'는 공정거래법상 담합 추정 조항을 예로 들며 "삼성 계열사 주주들이 CB를 인수하지 않고 실권해 이재용씨에게 지배권을 이전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할 합리적 이유가 있다. 회사의 이익에 배치되는 행동이고, 법인주주들이 전부 실권하는 행위는 다른 이유로는 설명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변호인측은 "공정거래법상 담합 추정 조항은 국내법의 모태가 된 미국ㆍ일본에는 없는 특이한 규정이며 이 조항으로 실제 형사처벌한 적은 없다. 또 특수 목적을 위한 공정거래법을 형법상의 사실을 입증하는데 원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검찰과 변호인측은 CB 발행의 실제 목적은 피고인들의 주장처럼 자금 조달이 아니라 이재용씨에게 지배권을 넘기려는 것이었다는 주장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열띤 공방이 벌어지자 재판장도 피고인들에게 ▲이재용씨가 아닌 `제3자'가 CB를 인수했다면 헐값에 넘겼을 것인지 ▲당시 CB 발행은 특정인을 위한 행동이 아니었는지 등 의문점을 직접 심문하면서 공모의 추정ㆍ지배권 이전ㆍ실권 사유 등 쟁점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측의 주장을 일일이 확인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사회가 특정 주주의 이익을 위해 주식을 몰아주면 이사로서의 임무에 위배한다"는 상법 학설을 제시하면서 다음 공판에서는 피고인들이 처음부터 주주들의 CB 실권 포기를 유도해 이재용씨에게 저가에 넘김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혐의를 집중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공판은 12월7일 오후 3시) (서울=연합뉴스)
열띤 공방이 벌어지자 재판장도 피고인들에게 ▲이재용씨가 아닌 `제3자'가 CB를 인수했다면 헐값에 넘겼을 것인지 ▲당시 CB 발행은 특정인을 위한 행동이 아니었는지 등 의문점을 직접 심문하면서 공모의 추정ㆍ지배권 이전ㆍ실권 사유 등 쟁점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측의 주장을 일일이 확인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사회가 특정 주주의 이익을 위해 주식을 몰아주면 이사로서의 임무에 위배한다"는 상법 학설을 제시하면서 다음 공판에서는 피고인들이 처음부터 주주들의 CB 실권 포기를 유도해 이재용씨에게 저가에 넘김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혐의를 집중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공판은 12월7일 오후 3시)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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