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팀 새 사령탑에 ‘색깔’이 뚜렷하지 않는 한덕수(56) 국무조정실장이 임명되자, 기업계는 ‘시장친화적 인물’이라며 환영 일색인 반면, 시민사회 단체와 학계 일각에서는 경제정책의 기조가 시장 만능주의로 흐르지 않을지 우려하는 등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14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한덕수 국무조정실장을 임명했다. 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한 실장이 경제 전반에 대한 식견과 안목이 뛰어나고 공사간의 생활도 매우 건실하다”며, “참여정부의 경제철학과 정책을 꿰뚫고 있어 경제회복 기조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탁 배경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환영 논평을 내면서 경제 살리기와 시장 친화적 경제정책을 주문했다. 대한상의는 “정부가 신임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며 각종 규제완화 등을 주문했다. 특히 삼성과 엘지 등 재벌기업들은 신임 부총리가 1980년대 중반 통상산업부 국장으로 있으면서 산업별 육성법안과 규제정책들을 통폐합한 주역이었음을 떠올리며, 정부가 규제완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이런 재계의 주문과 기대에만 따를 경우에는 당면 현안인 양극화 문제가 더욱 깊어질 뿐만 아니라 ‘사회통합적 시장경제’를 뼈대로 하는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마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진도 충남대 교수(농업경제학)는 “주가로 반영되는 이른바 ‘시장의 요구’에 맞춰 경제부총리 후보를 한정지었다는 인상이 짙다”며, “경제부처의 주요 포스트에 시장주의자와 자유무역주의자 일색으로 채워놓고 양극화 해소와 같은 정책과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한성대 교수)도 “(새 경제부총리가) 경기회복을 위한 기술자 역할은 충실하게 할지 모르겠지만 참여정부가 내건 구조개혁과 사회적 타협의 조타수 구실은 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이번 인선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경기 활성화에 지나치게 매달린다는 우려도 있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거시경제팀장은 “지난 2년 동안에는 내수침체 때문에 경기부양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으나 이제는 여건이 바뀌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무리하게 성장률을 끌어올리려고 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구조를 탄탄하게 하는 데 더 힘을 쏟아야 한다”강조했다. 김균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특히 부동산 문제를 경기정책과 연결시키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부총리의 조정 능력이 단기정책보다는 균형발전과 중장기적인 사회경제 개혁에 더 많이 발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신임 경제부총리는 전북 전주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거쳐 행시(8회)에 합격한 뒤 경제기획원 사무관, 통상산업부 차관, 특허청장, 통상교섭본부장, 청와대 정책기획·경제수석, 산업연구원장을 지냈고, 지난해 2월부터 국무조정실장으로 일해 왔다. 박순빈 백기철 기자 sbpark@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